언론관계법의 상임위 기습 상정으로 정국이 경색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상임위 처리를 놓고 또 다시 격돌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어제 소위원회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꼭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해 강행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 소속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위원장·여야 간사 협의에서 FTA 비준동의안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미경·최규성·김영록·백원우, 민주노동당 권영길·홍희덕·곽정숙 의원 등은 개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위원장석을 점거했으며,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외통위원장실을 방문해 박 위원장에게 강력 항의하면서 FTA 비준안 처리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FTA 비준안은 미국 의회의 상황을 지켜본 뒤처리해야 한다”며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상황에서 미국이 재협상이나 추가 협상 등 변경이나 추가를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수순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먼저 통과시키면 미국이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데 돌파구가 된다”고 설득했다. 박 위원장도 “한나라당만으로 일방 처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회의를 여야 모두의 의견을 듣고 처리하겠다”며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위원장석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한나라당은 어제 사기술을 동원해 언론법을 기습 상정했다”며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을 찾아와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습 상정하는 속임수를 썼는데 누군들 믿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정 대표는 또 “애초에 한미 FTA 비준안의 소위 회부는 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처리된 만큼 원천 무효”라며 “상정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소위 회부는 국회법에 명시된 규정이 없고, 관례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상정과 소위 회부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박 위원장과 한 시간 가량 설전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위원장실을 나왔다. 이 시각 현재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위원장석 점거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장실에서 대책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