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양보했으면 야당이 합의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이 말 한마디가 국회 파국을 막았다. 또 다시 ‘박근혜의 힘’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박 전 대표는 2일 민주당의 본회의장 진입 방해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로텐더홀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양보를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야당이 이 정도는 여당 안에 대해 협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야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이마저 거부한다면 딴 생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인다”고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상당히 고심해 합리적인 안이 나온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기를 못 박는 것인데 그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받아준다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처리기한을 못 박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이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상당 부분 수용하도록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다급해졌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탓에 한발 더 물러선 양보안을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중재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국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로 직권상정이 불가피해 보였던 여야 협상이 급진전되며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편 여야는 신문.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해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 하기로 극적 합의했으며, 금산분리 완화 등 경제 관련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 처리키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15개에 대한 직권상정 예고로 극한 충돌 위기에 몰렸던 국회는 파국을 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