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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속의 외로운 섬(?)

김부삼 기자  2009.03.05 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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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도 외로운섬이 있다. 동두천시 걸산동 마을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미2사단 주력부대가 주둔하는 캠프 케이시 영내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하지 못하고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다.
동두천시 소재 미군부대인 캠프 케이시 정문에서 약 3㎞를 들어가면 ‘걸산동’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부대 울타리 문을 지나 산길로 3㎞정도를 들어가자 집들이 보인다.
61세대 130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을 뒤로 나 있는 산길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군부대를 경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
산 속 길을 이용하면 걸어서 3시간,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좁고 포장도 안 돼 겨울철 눈이 내리면 빙판으로 변하고 여름에 비가 오면 패어진 길에 바퀴가 빠지고, 불어난 계곡물로 발이 묶인다. 어쩔 수 없이 미군부대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미군부대를 통과하려면 미군기지 관리 부대로부터 통행증을 발급받아 출입할 때마다 제시해야 한다. 통행증은 3년마다 재교부 받아야 한다.
걸산동의 역사는 지난 51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전쟁의 전선이 고착되면서 미군 보병 제24사단이 주둔하게 되자 동두천시의 42%에 달하는 논, 밭, 임야 심지어 집까지 정부에 징발되어 미군에게 제공됐다. 이 과정에서 집과 정든 고향을 잃은 주민들이 난리를 피해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산 속으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미군부대에 노무를 제공하고 생활했다.
일부는 시내 외출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간이 술집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미군부대에 비상경계명령이 내려지면 바깥으로 출근도 못하고, 귀가도 못하는 진기한 풍경이 이뤄졌다. 언제 출동할지도 모르는데 민간인이 출입하게 되면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도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까지는 차량을 이용해 출입할 수 없다. 미군들이 달리기 등 아침 운동을 하는데 위험요인이 된다며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학교가 있었다. 동두천초교 걸산분교. 지금은 빈 터로 남아 유적비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67년부터 1999년까지 11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다. 현재 이 마을에는 학생 3명(고1, 중1, 초1)이 부모의 도움(매일 차로 통학시키고 있음)을 받아 미군부대 밖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마을의 집들을 보면 대부분이 오래되고 낡았다. 마을 안길도 좁고 위험하기만 하다. 이곳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공무원의 출입도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건축자재 운반에 불편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마을은 농지도 적고 마땅한 소득원도 없다. 이곳에는 고향을 떠날 수 없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교회와 절이 각 1개소씩 있고 경로당을 겸한 마을회관이 하나 있을 뿐이다. 주민들의 유일한 낙은 TV시청뿐이다.
마을의 역사가 길어지자 노인들이 많이 늘어났다.
젊은 사람들은 출퇴근에 불편이 있고, 자녀 교육이 어렵고, 문화ㆍ복지ㆍ의료혜택을 보려면 이동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내로 이주했다.
노인들은 시내를 가려해도 이웃의 차 있는 사람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집에 들어 올 때도 전화를 해서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한다. 이 곳 출신 자녀들이 부모님 댁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통행증이 없기 때문에 마을 사람에게 부탁해 동행해야 하고, 6㎞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가기에는 불편이 많다.
휴가를 얻어서 방문하더라도 3일 이상 머무를 수 없다. 더 머무르려면 일단 시내에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한다. 미군부대에서 동행자의 체류기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걸산동 주민들은 조금만 참으면 그동안 겪었던 모든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한수 이북 미군부대들이 2011년까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부대 평택 이전이 2016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눈 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지난 50년 이상 겪었던 불편을 앞으로도 계속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살아서 자유롭게 시내를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걸산동 주민과 동두천시민들은 미군부대 이전을 당초 계획대로 2011년까지 이전하고 반환하기 바라며,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으로 반세기 동안 입은 피해부분에 대하여 적절한 배상과 보상이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걸산동 마을을 소개하는 DVD를 제작해 경기도홈페이지와 제2청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게제하고 희망자에 한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