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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남자’ 이광재 “정계 떠나겠다”

김부삼 기자  2009.03.26 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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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 중 한명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의원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 결과든 실체적 진실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불구속수사를 바라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새 인생을 위해 정치를 떠날 것이고 인생을 걸고 정치를 버리겠다”며 정계 은퇴의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박 회장의 딸을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어 사람들은 내가 박 회장과 친하고 돈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조심했고 박 회장과 가까이하지 않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은 영장심사를 받기 직전 ‘미국 뉴욕의 한인 식당에서 박 회장의 돈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식당에 간 적이 없다”며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보고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실세 정치인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 의원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함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며 ‘친노 직계’라는 별칭은 아직도 따라 다닌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요직을 거치는 등 실세로 불렸지만 그만큼 고초를 겪어야 했다.
6번의 특검 중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유전사업 비리의혹 등 2번 특검 수사를 받고서 결국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 2005년에는 선거법 위반 재판까지 받았지만 의원직은 지켜냈다. 18대 국회 들어서도 주요 권력형 비리의혹 수사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도 구속되지 않는 등 검찰의 칼끝을 잘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박연차 리스트’의 사정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억원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날 밤늦게 구속영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이광재 의원이 돌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 사퇴를 적극 만류키로 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갖고 “작금의 검찰수사를 청와대발 기획사정이자 전 정권에 대한 보복사정으로 규정한다. 이 의원의 사퇴 결심을 적극 만류하겠다”며 “이 문제는 정계를 떠날 일이 아니라 당과 함께 끝까지 싸워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이름이 거론된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 이종찬 전 민정수석,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한나라당 권경석 허태열 의원, 권철현 주미대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핵심 키를 쥔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미국에서 즉각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