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닌가”라고 검찰수사와 관련해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 있었음을 전했으며 “화장해 달라.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이나 하나 세워달라”는 내용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열 줄 정도의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들과의 협의 이후 공개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9시30분경 서거한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0분경 비서관 1명과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서 추락된 채로 발견됐으며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은 “추락 당시 머리 부분을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오전 7시 5분께 인근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겨진 뒤 양산 부산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면서 “실족인지 자살을 기도한 것인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사인과 관련, 양산 부산대병원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오전 8시13분쯤 인공호흡을 하면서 본 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뇌출혈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9시 30분쯤 중단했다”며 “두부 외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노 前대통령, 바위서 뛰어내려”… “유서 남겼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3일 오전 11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대병원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오전 5시 45분집에서 나와 봉하산을 등산하시던 중 오전 6시 40분 봉하산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호원 1명이 수행했으며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긴데 이어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9시 30분 서거했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가족에게 짧은 유서도 남겼다”고 밝혔다.
◆檢, ‘책임론' 조짐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해 온 검찰에게 큰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불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이날 오전 대검 청사로 출근, 검사장급 이상 간부가 참여하는 긴급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날 오후쯤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경한 법무장관도 이날 오전에 있었던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법무부 간부들을 소집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여 노 전 대통령이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거센 후폭풍의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에게서 600만달러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 본인 뿐 아니라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 씨와 딸 정연 씨 그리고 사위와 조카사위까지 모두 소환했으며 권 여사에 대한 재조사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 수사는 급격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수사의 종착지가 노 전 대통령에게로 향했던 만큼 가족들에 대한 추가조사 및 사법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 홈페이지, 네티즌 규탄 잇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검찰을 규탄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대검찰청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코너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시간도 되기 전에 200개에 가까운 글이 게재됐다.
특히 네티즌들은 대개 검찰의 수사 방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검찰을 ‘살인자’로 칭하고도 있다.
네티즌 송모씨는 “승진과 권력 유지를 위해 개처럼 자신의 명예와 정치적 독립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린 지금의 검찰 간부들과 임채진 총장을 국민과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며 “작금의 현실과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이 부끄럽고 애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이모씨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명예를 그리 추잡하게 짓밟더니 속이 후련하냐”면서 “살인마 검찰”이라고 강하게 검찰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