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거함에 따라 향후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 내용을 종합해보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로비 연루 의혹 수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심적 충격과 고통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했다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향후 정국에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부 여당은 어떤 식으로든 향후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향후 국정 운영에 미칠 파장과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습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나라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대책을 숙의 중이지만 침통한 표정이 역력하다.
노 전 대통령의 ‘박연차 로비’ 연루 사건은 의혹만 부풀린 채 사건의 실체를 풀 길이 없게 됐다는 점도 정부 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택함에 따라 의혹을 밝혀줄 당사자가 사라졌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수사 종결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졌다. 따라서 정부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반발은 물론 여론의 역풍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야당이 ‘표적 사정’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여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검이나 국정조사 요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향후 정국은 대대적인 ‘사정 정국’으로 돌변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향후 정국의 향배는 예측이 불가할 정도의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당장 6월 임시국회도 문제다. 정부 여당이 공언했던 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언론 관계법의 강행 처리를 강행할 경우 지난 연말 연초 ‘입법 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여론의 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야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사건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그 이상의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당장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 논란에 불을 지필 경우 여야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각계에서는 깊은 애도와 함께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합동분양소에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조문객이 큰 물결을 이뤘다.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 등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추모객은 가슴에 검은색 '근조'리본을 달고 노 전 대통령 영전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