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장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2.28기념 중앙공원 중앙광장에서 5,000여 명(경찰추산 2,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 서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시민추모제는 1부와 2부, 3부 행사로 나눠 진행됐다.
추모묵념으로 시작된 1부 추모제 행사에서 강창덕 대구시민공동추모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의 연인으로 오빠, 형님, 친구로 지낸 당신이 뿌린 씨앗을 우리가 꽃 피우며 살아가겠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추모영상이 상영되고 추모시가 낭독될 때에는 검은 리본이 달린 촛불을 들고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쳤다.
2부 추모행진은 2.28기념 공원을 출발해 통신골목, 대구백화점을 걸쳐 다시 2.28기념 공원으로 돌아왔다. 추모행진을 지켜본 한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주류이면서 당당하게 큰길을 걸었는데 오늘 영전을 모신 추모행렬은 동성로 뒷골목만 전전했다”라며 분노했다.
3부 시민추모문화제는 현장에서 즉석 신청으로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야기와 문화ㆍ예술인의 추모공연으로 진행되었다.
대구의 한 대학생은 자유발언을 통해 “그동안 교수님의 강의나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웠지만 (오늘은) 직접 현장에 나와 피부를 맞대고 역사의 현장을 느끼고 싶었다”라며 추모제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몇몇 시민은 “저의 무관심이 당신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앞으로 대통령을 지키려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선거에 참여해 소신껏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제는 노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를 다 같이 합창하면서 무대의 막을 내렸지만, 2.28기념 공원 분양소를 찾는 조문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에 분양소를 찾은 시민들은 평소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을 아는지 간편한 옷차림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이 동원되었으나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과 아무런 충돌 없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