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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김부삼 기자  2009.06.16 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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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납치돼 피살된 엄영선(34)씨의 유가족들은 16일 오전 외교통상부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해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급히 서울로 상경해 외교부에서 여권을 발급받고 예멘 출국 준비에 들어갔다.
엄씨의 아버지(63)와 동생(31·여)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원시 세류동 H아파트 자택을 나와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외교통상부로 향했다.
어제 저녁부터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했다는 엄씨는 수척한 모습이었다. 집을 나선 유가족들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아버지 엄씨는 “경황이 없어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서울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엄씨는 “오늘 오전 외교부에서 딸이 사망했다고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았다”며 “여권을 만들어야 하니 외교부로 오라고 해서 가는 길”이라고 입을 열었다.
엄씨는 “일주일 전 딸이 안부전화를 걸어 대화한 게 마지막”이라며 “잘 지내고 있고, 8월에 돌아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선교활동이었다”며 “예멘에 갈 때 위험한 곳인지 나도 몰랐고, 딸도 그런 얘기를 안했었다”고 덧붙였다.
예멘으로의 출국 일정에 대해선 “아직 결정이 안 돼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여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연락만 받았을 뿐 아직 출국 일정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정오에 종각역에 도착한 뒤 1시간여 동안 청계천 등 서울 시내를 배회하다가 오후 1시10분께 외교부에 도착했다.
당초 2시에 만나기로 했던 외교부 관계자들은 유가족들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자 급히 여권과로 이동해 긴급 발급절차에 들어갔다.
이 관계자는 “비행기가 오전과 오후, 하루 2회 있어서 가족들이 원한다면 시간상 오늘 밤에라도 출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밤 11시55분께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 예멘 수도 사나로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