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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간의 권리 보장 원해" 이주노동자들 외침

김도영 기자  2021.12.19 17: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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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대회'
"한국경제 떠받치고 있지만 노예 취급"
비닐하우스 숙소서 숨진 노동자 추모
"1년 지났지만 최소한 인권 담보 안돼"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우리도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길 원한다. 노동권을 존중받기를 원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We want human right, We want work right, We are not machine)."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1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1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심각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으니 열악한 노동 실태를 개선해달라는 취지다. 이들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12월18일)을 계기로 서울 도심에 모여들었다.

단체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민은 20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20만명이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만 주최측 추산 약 200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라는 글씨가 적힌 조끼를 입고 '불평등' 등의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 곳곳에서 내국인이 하지 않는 '3D' 업종에서 일하면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도 최하층에서 기계나 노예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발언에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도 "쓰다 버리는 1회용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 수많은 차별,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 착취와 폭력 등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면서 "내국인에 비해 산재 사망률이 세배 가까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과 선택의 권리가 없고, 모든 권리는 사장에게 있다"며 "(사장은)짧은 시간에 적게 투자해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건강, 안전, 생명, 인권, 노동권을 희생시킨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들과 관련해 "12~13시간 일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정해진 휴일이 없고, 많은 기숙사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 폐가 등 임시 가건물이다"며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데 숙소로 사용한다. 이주노동자는 같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냐"고 호소했다.

이날 대회 1부는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의 1주기 추모제로 진행됐다. 속헹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모사에 나선 지몽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속헹씨의 죽음 1년이 지났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미진한 정책으로 아직도 주거권, 건강권 등 최소한의 인권조차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차별은 곧 우리 사회 불이익과 손실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제에서는 여전히 난방도, 온수도 없는 열역한 숙소에서 한겨울을 보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한 이주노동자는 "사장이 스티로폼 숙소에 살게 했는데 한 사람당 (숙소비로) 28만원을 받았다"며 "샤워, 빨래, 조리는 작은 창고에서 했고 겨울엔 물이 나오지 않아 밥을 먹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라이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사업자들이 더이상 이주노동자를 희생양으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고용허가제 등을 폐지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와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한국 정부가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폐지 ▲체불방지 대책 ▲산재 예방 대책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UN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한다면 성별, 나이,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도 정당화된다"며 "이주노동자 문제는 그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