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기업 CEO에게 암환자가 보낸 감사편지가 공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마사회 김광원(68)회장은 지난 6월 중순께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안양시에 거주하는 B(55·여)씨. “항암의 고통속에서 저는 희망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를 보낸 B씨는 3년 전 사업실패로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까지 얻은 B씨는 월세 2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연간 1000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B씨의 남편도 고령으로 취업이 불가능해 가정에 수입이 전혀 없는 가운데 고액의 항암치료는 두 부부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월세도 내지 못해 보증금 전액을 탕진하고 곧 거리에 나앉기 직전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지난해 12월 한국마사회 직원 김모씨였다.
김씨는 “마사회에서 불우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마사회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신청할 것을 권유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해놓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 동안 집세는 계속 밀리고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온 방은 언제나 싸늘한 냉골이었다.
B씨 부부는 더 이상 치료를 계속할 돈도, 희망도 없었다.
자포자기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B씨는 어느 날 통장에 5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돈은 마사회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온 돈이었다.
그 후로 무사히 항암치료를 마친 B씨는 지금 조심스럽게 요양 중이다.
이 같은 감사의 내용을 김광원 회장에게 적어보낸 B씨는 편지 말미에서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달리는 말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고 인사를 했다.
B씨를 절망에서 구해 낸 프로그램은 마사회가 매년 진행하는 ‘KRA Angels와 함께하는 소원들어주기 행사’이다.
임직원의 추천을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심사를 거친 뒤에 복지단체를 통해 마사회의 기부금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한 해 모두 47건의 수혜자가 선정돼 총 7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KRA 사회공헌팀 노용우 팀장은 “소원들어주기 행사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