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2일에 이어 4일 한반도와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넣은 단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하면서 동북아 군사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올 들어서 발사한 미사일만 모두 17발, 북한은 앞서 4월 5일 태평양을 향해 장거리 로켓 1발을 발사하는 등 계속적인 군사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후계작업과 맞물려 체제유지에 급급한 북한이 시각을 주위로 돌리려는 계산에서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2003년 2월부터 꾸준히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왔던 것을 볼때 미시적인 도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섞여 나오고 있다.
문제는 북핵실험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군사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에 대해 북한이 향후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다. 북한은 우선 평화적 선박을 검사할 경우 응당 복수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드리면 ‘복수’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은 ‘사태악화로 무엇을 얻으려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화적 선박 검사시 복수하겠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직접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사 실시를 위한 특별조치법 추진을 겨냥했지만 최근 미 해군이 금수물자를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강남호를 추적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통신은 “(일본이) 공해상에서 우리 선박들을 검사하기 위한 법정비에 착수”했다며 “그 어디서든 평화적 선박들을 검사하려 든다면 우리 혁명군대는 천백배 무자비한 복수의 불벼락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특히 “현 미 행정부는 말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우리를 압살할 것만을 노리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며 일본이 이를 이용해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에 대한 불만감을 표시했다.
이같은 반응에 미국측은 북한이 점차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자 “관심을 끌려고 한다”며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 이같이 말한 뒤 “이는 거의 예측 가능한 행동이 됐다”며 “(북한이) 관심을 끌려고 하는 행동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지나친 관심을 갖고 싶진 않다면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정책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방안과 관련 북한에 중요한 나라들을 결집하는데 성공해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의 정책은 북한이 기대를 걸었던 그런 나라들과 함께 북한에 계속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앞으로 “북한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칼 덕워스 대변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긴장을 일으키는 행동들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 및 2005년 미국과의 공동합의를 이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수위 놓이는 국제사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7월 안보리 의장국인 우간다의 루하카나 루군다 대사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언론 구두설명(press remarks)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를 비난하고, 커다란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루군다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과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 1874호에 규정된 의무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이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이고 정치, 외교적인 해결책 모색을 촉구했다.
결의 1874호는 북한에 대해 추가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안보리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이날 열렸으나 추가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은 채택하지 않았다.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의장 구두설명은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또는 공식 발표문 등과는 달리 안보리 공식 기록에 들어가지 않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로 의장이 이사국들의 의견을 취합한 발표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고 지난달 12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가 이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또 다른 결의나 의장성명을 채택하지는 않았다”면서 “안보리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일일이 대응하면 안보리 조치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유엔 제재위원회는 결의 1874호에 규정된 제재 이행을 위해 추가 제재대상 북한 기업들과 인물에 대한 명단을 작성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P5+2(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 주요국 회의에서도 북한에 대해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지만 적절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는데 참가국들이 의견 일치를 봤다.
이 주요국 회의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외교통상부도 유엔안보리의 이같은 우려표시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사거리 늘어날까?
안보리의 이같은 움직임과 별도로 미군 당국이 한·미간 기존 미사일 지침을 개정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양국간 재개정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측은 지난 2일 “한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문제를 제안하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한국이 개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줄곧 미사일 지침을 재개정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어 왔지만 한국마저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게 되면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측은 반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4월 5일 1998년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를 배증한 로켓을 쏘아 올린데 이어 지난 4일엔 한반도 전역과 일본까지 사정권에 둔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증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지난 4월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사일 주권이) 제약받는게 옳은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심각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정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남북의 미사일 불균형을 거론하며 핵주권론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핵개발이 아니라면 핵개발준비 시점까지라도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미사일 지침 재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초점은 현재 묶여있는 사거리 300㎞를 늘리는 방향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탄도미사일 개발 제한을 보완하기 위해 미사일 지침에 구애받지 않는 사거리 1500㎞의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뒤져 요격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북한은 이미 1980년대에 사거리 각 300㎞, 500㎞인 스커드-B와 스커드-C 미사일을 개발해 최대 500~600기를 실전배치하고 있으며 일본을 사정권에 둔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도 1998년 이래 200여기를 작전배치한 상태다.
나아가 2007년에는 미국의 태평양 전진기지인 앤더슨 공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깃으로 하는 3천㎞급 중거리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원리와 같은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는 등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