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단적인 대치속에 결국 한나라당 직권으로 상정된 미디어법이 22일 오후 3시 36분 직권상정돼 통과되면서 정국은 극한 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논란과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건을 바로 재투표한 것이 ‘절차상 맞느냐’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이날 김형오 의장을 대신해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관련 3개 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을 일사천리로 단시간에 결론이 났다.
이 부의장은 “장내가 소란한 관계로 심사보고나 경과보고는 회의자료로 대체하겠다”며 “질의와 토론도 실시하지 않겠다”면서 표결처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 노력했다.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 출석 163명 가운데 152명이 찬성해 먼저 신문법을 가결시켰다. 잠시 후 논란이 될 만한 일이 발생,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145명만 참여한 채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찬성 142표를 얻었지만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사실상 법안 자체가 부결된 상황이었으나 이윤성 부의장은 곧바로 재투표를 선언했다. 2차 투표로 방송법은 153명이 참여해 찬성 150명으로 가결됐다. IPTV법은 161명 참석에 161명 찬성, 금융지주회사법은 165명 투표에 162명 찬성으로 각각 통과됐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것을 바로 다시 처리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인의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앉아 대리투표를 했다”면서 이번 표결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는 당분간 ‘공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월 정기국회, 10월 재보선 등의 정치일정에도 여파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 의사를 천명하는 등 민주당이 최고조의 투쟁 방향을 잡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정 대표는 미디어법 처리 직후 국회 중앙홀에서 가진 긴급 의원총회에서 “힘이 부족해 패했지만 책임을 느끼고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원내에서 미디어법 개악저지를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밖으로 나가 이 정권의 잘못된 것을 단호히 심판하고, 잘못된 법들이 국민 힘으로 제자리에 되돌아올 수 있도록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강경투쟁을 경고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오늘 언론악법 표결은 모두 의사결정 진행과정이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고 대리투표가 이뤄져 원천 무효”라면서 “사진자료 등을 통해 대리투표를 입증해 법안 원천무효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현안브리핑에서 “오늘 언론법 날치기 통과는 재석 145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은 물론 대리투표로 원천무효”라면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의의 정당인 국회가 청와대의 하수인인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국회부의장에 의해 처참히 유린됐다”면서 김형오 의장의 사퇴를 요구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