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다치고도 치료조차 받을 수 없었어요.” 이달 초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서 고충 상담을 받은 페루인 A(32)씨는 “서글픈 마음에 말보다 눈물이 앞선다”고 했다.
지난 6월 경기 파주의 한 회사에서 일하던 A씨는 손가락을 크게 다쳤지만 병원을 가지 못했다.
회사가 밀린 임금 175만원을 단 한푼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울한 마음에 회사를 상대로 따져 보려 해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사이 A씨의 상처는 점점 곪아갔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에 적발되면서 강제퇴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면서 A씨의 상황은 크게 변했다.
가장 먼저 직원들은 A씨를 세번이나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치료를 시켰고, A씨가 일했던 회사에서 밀린 임금도 받아줬다.
결국 A씨는 그나마 맘 편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인천출입국사무소가 불법 체류로 단속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각종 고충 해결에 애쓰고 있다. 법을 어겼더라도 인권만큼은 철저히 지켜주겠다는 의지에서다.
12일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이같은 사연을 가진 보호 외국인들의 고충 3721건을 처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고충처리 실적 2251건과 견줘 무려 65.3%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939명의 밀린 임금 12억8800여만원을 받아 줬고, 몸이 다친 347명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각각 5.6%와 68.4%나 증가한 실적이다. 이밖에도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매월 4차례에 걸쳐 보호 외국인에게 무료 이·미용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이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박영순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불법 체류 등 법을 어기면 마땅히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보호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