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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서거정국’

김부삼 기자  2009.08.19 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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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한나라당은 다소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언론관계법 강행처리 이후 계속 수세에 몰리던 형국이었지만, 현정은 회장의 방북에 이은 대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함께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등을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등돌린 민심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논점의 전환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던 찰나에 다시 벌어진 ‘서거정국’으로 인해 또다시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우려하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노환 중에 병상에 있다가 서거한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지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이끈 진보 쪽의 양 대통령을 한 해에, 그것도 석달만에 잇따라 떠나보내면서 국민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연이은 ‘서거정국’이 진보 계열의 결집을 불러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지난 국회에서 언론법 처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이후 민주당 장외투쟁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등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당 쪽에 실릴 가능성이 있다.
6월 국회가 끝난 이후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난달 말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 등의 화두를 던졌지만, 관심은 언론법에 쏠려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 하한기인 8월 중반으로 접어들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 웬만큼 성과를 얻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뒷짐을 지고 있던 현 정부는 대북관계 개선 분위기라는 의외의 소득을 얻은 셈이다.
자연히 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을 덜게 된 데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등의 화두를 던지면서 상대적으로 언론법 논란 여파는 다소 주춤하던 모습이었다. 더욱이 개각과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한 쇄신 등 향후 한나라당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카드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처럼 막 전환되나 싶던 분위기가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한 쪽으로 쏠리게 됐다. 장외투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민주당이 모든 일정을 중단하면서 8월을 ‘서거정국’으로 보낸 이후 등원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후 9월 국회 시즌이 시작되면 재정적자에 대한 책임 및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논란 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여당으로서는 10월 재·보선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해온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맞게 된 올해 두 번째 서거정국에, ‘대화합’을 강조하고 나선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