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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했던 당신 이제 편히…”

김부삼 기자  2009.08.20 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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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47년 동반자 이희호 여사는 떠나는 남편에게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길지는 않지만 한마디, 한마디마다 사랑과 존경, 그리고 부부의 정이 절절이 녹아 있었다.
이희호 여사는 20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엄수된 김 전 대통령 입관식에서 자서전인 ‘동행’과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한 편지, 평소 읽던 성경책, 손수건, 김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배를 덮었던 뜨개질 담요 등을 관 속에 함께 넣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이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 홍일, 홍업, 홍걸씨를 비롯해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비서실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50여명은 촛불을 들고 입관식에 참석했다.
이 여사는 입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저 비서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했다.
목이 메어 윤철구 비서관에게 대신 읽게 한 편지에서 이 여사는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참으로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실 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썼다.
편지낭독이 끝나자 차남 홍업씨 등 유족들이 모인 안치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파킨슨씨병에 걸린 탓에 휠체어에 앉은 큰아들 홍일씨를 비롯해 홍업, 홍걸씨, 며느리, 손자녀, 역시 휠체어에 앉은 동생 대현씨 등 유족도 촛불과 함께 손수건을 든 채 눈물만 훔쳐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관속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입관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통곡하며 슬픔에 잠겼다.
박 의원은 “저희들이 김 전 대통령을 모셨듯이 이 여사를 잘 모시겠다”며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평소 그렇게 말하던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잘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전했다.
입관식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오후 4시19분께 세브란스병원에서 빈소가 마련된 국회광장으로 운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