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쓴 일기중 일부가 21일 오전 공개됐다.
유족측은 이날 오전 김 전 대통령이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쓴 친필 일기 중 30일 가량을 40페이지 소책자로 만들어 공개하고, 김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인 (
http://condolence.kdjlibrary.org)에 공개 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는 제목의 이 일기장은 김 전 대통령 자신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시절을 회고했고,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틋함, 현 정권과 국민에 대한 깊은 염려와 애정이 글 어귀마다 묻어나는 일기에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대한 가슴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인척, 측근들이 줄지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 될 모양. 큰 불행이다”라고 탄식하며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격려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발표된 5월 23일 일기엔 당시의 충격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김 전 대통령은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며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높였다.
고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렸던 김 전 대통령은 당일 일기장에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며 현 정권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이 건강이 악화된 대해서도 아쉬움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올초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해 ‘경찰의 난폭 진압’ 이라며“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면서“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 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최경환 김 전 대통령 공보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1월부터 6월 초까지 약 150여일중 100일 가량 일기를 썼다”며 “6월 이후에는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일기를 더 이상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현재까지는 김 전 대통령이 2008년부터 2009년 6월 4일까지 2년간 쓴 2권의 일기장이 확인됐는데 그중 2009년 일기 내용중 일부를 공개한 것”이라며 “2007년 전 일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