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고 한반도 평화에 몸바쳐온 한국 정치사의 큰별,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된 짐을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지난 18일 오후 1시43분 85세를 일기로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23일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6일간의 국장(國葬)으로 남과 북이 만나고, 정치권이 화해를 하는 장이 됐다.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유가족,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등 3부 요인,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주한 외교사절, 국무위원 등 정관계 주요 인사 2만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분 동안 거행됐다.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묵념, 고인 약력보고에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와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의 추도사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 헌화와 분향, 추모공연에 이어 3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 순으로 진행됐다.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적 통일 그리고 국민 통합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 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일 것”이라며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며 “당신과 함께 했던 지난날들은 진정 위대하고 평화로웠으며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불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 행렬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와 동교동 사저, 광화문사거리, 시청 앞 서울광장, 서울역광장을 거쳐 동작대교로 한강을 넘어 오후 5시쯤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국회 영결식장에서 국립 현충원에 이르는 연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 고인의 생전 업적을 되새기며 명복을 빌었다.
이희호 여사는 서울광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국장 기간 국민의 협조에 사의를 표한 뒤 “남편이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와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264㎡(80여평) 규모로 조성된 현충원 묘역에서 종교의식과 헌화·분향, 하관, 허토의 순서를 거쳐 영면에 들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국장 이후 30년 만에 국장이 거행된 이날 전국 가정과 공공기관에는 조기가 게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