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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10월 재보선, 거물들의 귀환?

김부삼 기자  2009.09.14 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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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 정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10월 재보선은 이명박 정권의 중간시험격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가늠하는 성격에 불과했지만 지난 10일 대법원에 의해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원내복귀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빅매치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야당 측의 정권심판론은 맥이 빠졌고, 선거구도 기존 안산 상록을과, 경남 양산, 강릉에 이어 수원 장안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각 당의 전략공천 여부에 온통 시선이 쏠려있다.
전통적으로 야당에 유리했던 재보선이 이번 선거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오고 여당 내에서는 공천여부를 놓고 예비후보자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더욱이 강릉 지역의 경우 친박근혜 성향의 심재엽 전 의원이 출마하는 가운데 친이명박계 측에서는 권선동 전 청와대 비서관을 미는 분위기여서 계파갈등도 감지되고 있는 처지다.
◆수도권 빅매치 주목
안산 상록을과 수원 장안은 거물급 정치인의 빅매치 지역임과 동시에 수도권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에 여야 모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승패는 향후 정국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각 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수원 장안 선거에 손학규 전 대표를 내세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11일 재보선 공천과 관련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 가운데 당 발전과 의회정치를 위해 필요한 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등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민주당의 수도권 지역 승리를 예상했다. 그는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산 상록을과 수원 장안이 수도권 지역이고, 이 지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지역보다 높다”며 “민심을 잘 확보해 간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4월 보궐선거 때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크게 염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아직 입장 표명이 없다는 지적에 이미경 사무총장은 “지역 민심이 손학규 대표가 출마하면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며 “전략 공천으로 당에서 정하고 후보로 나와 달라고 먼저 요청을 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수원 장안 뿐 아니라 안산 상록을에는 김근태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방향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 사무총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단일 후보를 연대 움직임을 감안했을 때 김근태 전 의장이 단일화에 좋은 후보라는 당내 의견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또 “후보 단일화가 진보정당에서 밀고 있는 임종인 전 의원까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손 전 대표가 나설 경우 이 대통령 당선시 당대표를 그가 지낸 만큼 민주당의 핵심 선거전략인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손 전 대표는 강원도 춘천에 칩거하며 아직 출마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14일 경기도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만나 수도권 선거구 공천과 선거전략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전략공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아직까지는 지역 기반이 튼튼한 지역 출신 인사를 내세우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과거의 인물, 지나간 인물은 의미가 없다”며 “재보선은 지역 단위의 특성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는 만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정치인이 나가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거물’이더라도 선거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정치인을 주민들이 과연 납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 전 대표와 박찬숙 고희선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강 전 대표 측은 “5선까지 했는데 한번 더 한다고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수원 장안이라는 생소한 곳에 갈 이유도 없다”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도 안산 상록을에서는 민주당에서 김재목 지역위원장과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장관,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 이영호 전 의원 등이 경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 박희태의 운명은?
수도권 빅매치와 더불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지역은 경남 양산이다.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을 던진채 선거에 뛰어들면서 그의 당선 여부와 함께 한나라당 내에서는 공천형평성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현재 경남 양산의 경우 박희태 전 대표, 김양수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의 각축이 막판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 분위기는 대표직까지 걸고 박 전 대표가 나선 만큼 그에게 공천을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현 정권 창출의 최대 공적을 세웠고 이상득 전 부의장과 함께 6인회 멤버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공천파동에 휩쓸려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논공행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스스로 권토중래해 3개월뒤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며 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
반면 현실은 그에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양수 전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당 공천 면접심사에서 대리인을 내세운 박 전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김 전 비서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4일 “전직 예우는 금시초문”이라며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승복할 수밖에 없는 단순하고 명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공심위를 직격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전략공천이 자행되면 시민들에게 역풍이 불며 제2의 경주사태가 날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대리출석 논란과 관련 공개사과를 요청한 것에 대해선 “공심위에서 후보들에게 사전에 양해나 고지를 했으면 충분히 이해할 일”이라며 “죄를 진 것이라면 달게 책임을 받겠지만 정치인이 사과를 너무 쉽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양산 재선거는 지금 정국의 하나의 바로미터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을 해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진 재선거 지역 시민들에 대한 예우가 우선으로 지역에서 인정할 수 있는 후보자가 가장 적합하다. (박희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면) 너희들끼리 잔치로 폄하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고 지지도도 떨어지는 후보에게 공천을 줄 리가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도 10월 재보선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뜻은 이번 재선거는 지역 선거 특성에 맞는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천자가 확정될 경우 탈락한 나머지 후보들이 승복할지도 관심사다. 친박(친 박근혜)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과도 인접해 있어 ‘친노 바람’이 불 수 있는 곳이다.
민주당은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을 사실상 후보로 내정했다.
애초 후보로 거론됐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핵심인사들이 송 전 비서관을 예비후보로 추천하면서 내부 정리가 됐다.
친노 인사들은 송 전 비서관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나 후원회장을 나눠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지역의 특성에 기대 전.현 정권의 대결구도를 구축함으로써 선거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릉은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지만...
강릉은 예로부터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지만 계파간 신경전이 문제다. 민주당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친박계인 심재엽 전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로 활동했던 권성동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간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박근혜 전 대표가 심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이후 심 전 의원의 지지도 변화가 관심을 모아왔다.
당 관계자는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적은 곳”이라며 “여론의 흐름을 잘 읽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지역위원장인 홍준일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을 누비고 있지만 다른 어느 선거구보다 거물급 후보가 절실한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적전분열로 최돈웅 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시각에는 여야 간 친이-친박계 간 대결 프레임이 무너진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