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양주시-구리시 공동발전 포럼’이 지난 17일 남양주시청 다산홀에서 대진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아래 펼쳐졌다.
“일방적이라느니 흡수통합이라느니 말들이 많은데, 어떻게 통합이라는 걸 그렇게 할 수 있겠냐?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오늘 자리를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이석우 남양주시장의 당부 인사말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 이날 포럼은 크게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모성은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는 “남양주시와 구리시가 합쳐야 할 시대적 상황에 도달했다”고 운을 뗀 뒤 “지금은 최대한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에서 행정구역을 획정할 때”라면서 ‘자율통합의 효과’를 분석했다.
모 교수는 먼저 “규모의 경제 달성과 지역경쟁력 제고”를 효과 중 하나로 꼽았다. 한마디로 경제적 측면에서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고, 남양주와 구리의 경우 통합되면 당장 재정규모 면에서 경기도내 3위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등 나름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통합교통정보센터나 대규모 문예회관 등 각종 시설에 대한 공동 사용이 가능해지고, 그린벨트 문제 해소와 GTX 노선 연장 등 지역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 교수는 주로 서울과 경기도 광역자치단체 간 관계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버스노선 신·증설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남양주와 구리가 통합되면 이 같은 (지역 간) 분쟁소지가 제거된다”고 소개해 의구심을 갖게 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멀리 제주대학교에서 올라온 양영철 교수는 ‘남양주·구리 자율통합 방안에 대한 제언’을 시종일관 ‘결혼’에 비유해 풀어나갔다. 결론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규정했다.
먼저 통합을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동일한 역사 ▲비슷한 입지 및 생활여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대목에서 양 교수는 정부가 ‘결혼만 해라 혼수품 왕창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전국적 열풍 ▲주광덕 국회의원(한·구리)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지 등을 유리한 점으로 제시했다.
불리한 점에 대해선 “통합 노력에 대한 경험이 짧고 일천하며, 구리시의 반대가 완강한 상태인데다가 남양주시가 구리시와 통합 절차·목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혼수품보다는) 분명한 통합 목표·비전 제시 ▲구리시와의 친밀도 향상 ▲원칙과 철저한 준비 ▲(이질화된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 ▲청사·명칭 문제 해결 ▲(노인회 등 기존) 공동체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 ▲통합으로 인한 불이익 금지 선언 및 기록 보존 등을 통합 성공의 열쇠로 본 뒤 “통합 추진은 행정보다 민간단체 또는 두 도시의 민간단체로 구성된 통합조직 등이 주도하는 모양이 바람직하고, 협상은 조용하게 발표는 투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날 마지막 세 번째 발표자로, 직접 준비해온 PPT자료를 통해 ‘통합시의 미래비전 구상(도시발전상)’이라는 주제로 의견을 발표한 염형민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은 자신의 고민이 통합시 미래비전 논의를 위한 것임을 전제한 뒤 “통합이 행정과 자연인문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교통의 측면과 저탄소 도시기반 구축에 있어 충분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의 강제에 의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포럼의 사회를 맡은 최한수 건국대 교수는 “통합 추진에 있어 인센티브를 앞세우는 건 어찌 보면 졸렬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자율통합을 제기한 남양주시는 실질적으로 구리시민의 입장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기 보다는 돌아서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6명의 지정토론자 가운데 비교적 큰 관심을 모은 구리시의 권봉수 의원은 “제의를 받고 이 자리에 오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나름의 고심했던 흔적과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권 의원은 먼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여유를 두고 각각의 공간에서, 그리고 함께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나가면서 연구한 결과 뭔가 의견이 나왔을 때 통합이든 그 무엇이든 추진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결과적으로 이석우 남양주시장이 그야말로 ‘불쑥’ 일방적으로 판을 만들어놓고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한 건 앞뒤 순서가 잘못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남양주시장이 만들었는데, 정작 더 큰 문제는 구리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같은 장소에서 찬성과 반대 현수막이 번갈아 난무하는 등 심각한 갈등 현실이 벌어지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사이좋은 이웃이어야 하는 구리와 남양주 간에도 감정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석우 시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왜 이런 상황까지 이르러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진한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또 “개인적으로는 최근 공동의견서를 낸 지방자치 관련 학자 145명의 의견처럼 시·군 통합·광역화가 지방분권, 풀뿌리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분권주의자이지만, 그에 앞서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놓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민주적 논의와 절차 속에서 통합의 흐름을 만들어 간다면 함께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한 뒤 “남양주시의 일방적 추진으로 사실상 자율통합이라는 공은 이제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넘어갔지만, 그런 만큼 지금까지처럼 일방이 밀어붙이긴 어렵고, (행정안전부의 로드맵이) 더 이상 진전 안 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순서를 바로잡아 앙금과 감정을 가라앉히면서 진지하게 두 도시의 과제와 비전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충분히 만들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