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가짐에 있어 따르는 보람과 고충 중 보람이 커질 때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방공무원으로 현장활동을 하면서 6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 가운데 때로는 질타의 한마디로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진심어린 격려와 칭찬으로 힘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소방공무원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했던가? 많은 구급출동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비난 섞인 한마디와 행동이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환자 이송을 마치고 안전센터로 돌아오고 있을 때 환자가 발생했다는 지령을 받고 사이렌을 켜고 환자발생 장소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승용차가 경음을 울리며 뒤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운전자는 우리에게 “환자도 없으면서 사이렌을 울리고 다니면 다른 사람 에게 피해준다는 생각은 안해봤냐”는 말을 했다. 우리는 그분에게 출동 중임을 알렸지만 그 때의 씁쓸한 기분이란 말할 수가 없었다. 아픈 이를 위해 오늘도 출동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 주지는 못할망정 비난 섞인 한마디를 던지고 가야했을까? 이런 씁쓸한 기분을 가지게 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이 직업이 힘들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구깃구깃한 천원짜리 한 장과 간식거리인 사탕을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꺼내 슬쩍 건네는 어느 노인분의 그 마음이 우리를 힘나게 하곤 한다. 물론 그 천원과 사탕은 다시 그 노인분의 주머니에 돌려드리고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마음만 받겠다고 라고 돌아서는 우리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자리 잡는다.
우리가 드린 작은 도움으로 아껴두었던 소중한 것들까지 꺼내게 하는 그 마음은 많은 현장 출동에도 기꺼이 그 분들을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 소방공무원인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구조요청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다. 아껴두었던 소중한 것을 서슴없이 건네주는 격려의 마음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