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한국 사회 ‘국민 오락’ 중의 하나로 끌어올린 1등 공신 만화가 고우영 씨가 지난 4월25일 향년 6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2002년 수술을 받았던 대장암이 재발, 폐로 전이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만화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고인은 아직도 그의 만화를 열광하는 수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식민치하인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과 함께 귀국했으며 한국전쟁 중 중학생으로서 피난지 부산에서 ‘쥐돌이’를 통해 만화계에 등단했으며, 1958년 형 고일형의 뒤를 이어 ‘짱구박사’ 집필을 이어받았다. 이후 1972년 일간스포츠에 ‘임꺽정’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특유의 해학과 기지로 성인들을 만화의 장으로 끌어들였고 하루 25칸 안팎의 지면을 차지하며 신문 연재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만화가 고우영 만큼 독자층이 다양한 만화가가 드물다. 성년층에서 청소년층까지 그의 열혈 팬은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 만화가로서 그가 지닌 특징은 무엇보다 익살스러움을 주된 기조로 하면서도 특히, 원전이 둔중한 동양고전을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수호지’ ‘삼국지’ 등 동양고전을 재해석해 인기를 얻었고, 현재 일간스포츠에 연재 중인 ‘십팔사략’(十八史略)도 그의 그런 특징을 살려주는 작품이다.
한편, 고인은 (사)한국만화가협회 제15, 16대 회장을 역임했고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민족문화작가회의 문예인 우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일지매’, ‘십팔사략’.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