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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거울’에 비춰 민족의 장래 결정해야

시사뉴스 기자  2005.11.12 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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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양시 문예회관인 덕양어울림누리에서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명성황후’가 무대에 올려졌다. 지난 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아 창착된 뮤지컬이고 초연이후 10년간 미국-캐나다 등 국내외 59개 지역을 돌며 600여회 공연이 계속되고 80만명 이상의 심금을 울린 대작이기에 장면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조선조말 조정의 권력다툼과 외세간섭에 무너져가는 참담한 나라 모습이 가슴을 짓눌러왔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나라 위상이 저 모양 저 꼴였던가’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공연스럽게 화가 나기도 했다. 관객들 표정도 한결 같았다.
역사는 오늘날 우리 삶의 거울이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투영하기도 한다. 명성황후의 운명과 함께 조선조가 망국의 길을 걷듯이 오늘날의 국가지도자들이 상황을 잘못 판단하면 나라의 운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만큼 정치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나라의 명운을 결정할만한 중요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특정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장관이 계선 조직에서 아래 사람인 검찰총장에게 지시는 충분히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안이 문제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2001년 남북축전행사때 만경대 방명록에 친북발언을 적어 놓았던 인물로 인터넷에 기고한 글에서 “6,25 전쟁은 후삼국시대 견훤-궁예-왕건이 통일을 위해 싸웠듯이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의 논법에 의하면 북한에서 기아와 궁핍 속에 생활이 어려워 탈북한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발목을 잘라 놓는 등 속박과 공포 정치를 하는 북한 지도자들을 위대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된다. 또 미국 도움을 받지 못해 적화통일이 되고 수많은 남측 인사들이 숙청되는 것도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를 보면 통일을 위해서, 또는 살아남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상대방을 쳐부수고 죽인 적도 있다. 화랑 관창과 계백장군도 어떻게 보면 삼국통일을 위해서 불가피한 희생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통일을 위해서 무모한 인적 희생은 없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인본주의가 앞서야하고 평화가 선행 돼야 한다. 북한의 동포들이 기아와 궁핍, 인권유린의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선량한 국민들이 희생되거나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론으로 ‘평화가 전제된 통일’이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 국민들의 염원은 10.26 보궐선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경기도 부천과 대구동을 선거구 등 4개 지역에서 모두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국민들은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서 좌경적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 민생에 관심이 더 많았다.

지금 국민이 시급히 원하는 것은 내수의 진작이다. 먼저 ‘등 따시고 배불리 먹는’데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체감온도’가 냉랭한 데다,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역사는 길게 보아 돌고 돈다. ‘역사의 거울’로 보면 국가지도자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지 못할 때 반드시 위기를 맞았다. 나라가 망하기도 했고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 정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심이 정권을 외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분명 정신 차려야 한다. 몇 개 지역구에서 보궐선거 실패가 전부가 아니다. 몇 사람만 정부를 욕하고 정권에 삿대질하고 있다. 심지어는 가장 얄미운 사람이 ‘노무현 후보를 찍고 이민가 버리는 사람’이라는 비꼬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이제 대통령 재임기간도 절반을 넘어섰다. 그리고 역사는 흐르고 있다. 오늘의 의사결정이 장래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리민복’이다. ‘평화통일’을 소망하고 ‘삶의 질’개선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대경영학과·대학원경영학과 졸업 I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I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I 시사뉴스주필(현) I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