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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번째 이야기] 싸움닭

시사뉴스 기자  2005.11.15 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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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오는 중에 프랭클린이라고 커다란 슈퍼에 들렸답니다..
거의 일주일에 두어번은 꼭 가는곳...

같은 반 중국엄마하고 같이...
두어바퀴 돌다가 콜라만 하나 사가지고 나오는데
계산대에서 앞에 계산하던 중국엄마가 우물쭈물하길래 보니까
계산원이 그 엄마가 메고 있던 베낭이랑 아이의 가방을 열어보라고 합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엄청 나빴지만 뭐... 내 일 아니니까 하고.. 그냥.. 서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내 차례인데 이번에는 하람이하고 도현이의 가방을 열어보라고 합니다..
순간적으로 엄청 열받음!!!
왜 아이들 가방을 열라고 하냐고..안 연다고 하니까...
계산원이 지배인을 부릅니다.. 지배인이 뭐라고 설명하는데 자꾸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따라오라고 하더니 슈퍼 앞에 거의 안 보이는곳에 설치되어 있는 표지판을 보여주면서 설명합니다.

슈퍼에 일정 크기 이상의 가방을 가지고 들어오면 검사하게 되어있다구...
내가 알고 있을리가 없었지...
평상시에도 땅하고 가까이 사는데 그 높은 천장 가까이 걸려있는걸 어찌보라구...
뭐.. 속으로는 뜨끔했지만 한번 목청 높인거 갑자기 줄이기도 더 쪽팔리고 그래서..
그냥 우겨댔습니다..
뭐.. 말도 안되는 이유
주로 왜 순진한 아이들 가방을 열어보게 하느냐.. 아이들이 뭘 배우겠냐..
아님 계산원이 넘 불친절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등등
자꾸 꼬치꼬치 하니까 지배인이 좀 귀찮아졌는지.. 지네들 바쁘다고..
으이씨.. 안그래도 성질나 있는데.. 그래서 난 하나도 안 바쁘다구 했더니...
뜨~~아!!!하고 쳐다봅니다...
결국은 서로 미안하다고 하고서 끝나기는 했는데.. 영~~

집에와서 이곳에 오래 사신분께 여쭈어보니까 그런 큰 슈퍼에 들어갈때는
아예 핸드백 이상의 큰 가방은 안 가지고 들어가는게 좋다고..
다른 가게에서 사서 비닐봉투에 담은 물건도 그 안에 꼭 영수증을 넣어두거나 소지해서
혹시나 모를 검색에 대비하라고...
절대로 인종차별이나 뭐.. 그런것이 아니라 애네들 다 그러고 산다구...ㅠㅠㅠ

이제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불쑥불쑥 한번씩 새로운 걸 경험할때마다..
많이 알아가고 느끼기도 하지만..
점점 더 성질만 늘어갑니다...

이곳 시스템을 잘 모르니까 어떨때가 불이익인지.. 어떨때가 당연한 처사인지..모릅니다..
첨에는 그저 시키는대로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일단 한번 붙어보고 결말을 내게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민자들이 많은 동네가 인심이 좀 사나운가봅니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테니...

아무튼..
오늘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답니다..
슈퍼에 갈때는 다 놓고가라~~
아~~ 바로 집앞에 있는 곳에서 그랬으니 당분간은 좀 가기가 그럴텐데
운동삼아 저~~쪽 멀리있는 곳으로 당분간 다녀야합니다..
괜히 성질부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