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1일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담긴 비공개대화록 의혹을 제기해 민주통합당으로부터 고발된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과 박선규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 및 국정원이 제출한 대화록 발췌본(2급비밀) 분석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정 의원 등의 주장은 허구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이같이 무혐의로 결론냈다.
검찰 관계자는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관련 부분 내용 및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정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라고 발언한 내용은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과 박 대변인에 대해선 “2007년 8월18일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합참의장 등 청와대 및 정부 인사와 NLL 관련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준비(대책)회의가 개최됐다”며 “그 회의에서 서해의 무력충돌 방지 및 서해 NLL 평화정착방안이 의제로 상정되고 NLL 관련 논의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8일 통일부 국정감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 약속을 해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과 박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준비된 발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 당시 NLL 포기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연구를 많이 해서 나왔다”며 “당시 국가 안보전략연구소의 모 박사가 정상회담시 NLL 등 평화정책방안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만들었고, 2007년 8월18일 청와대 회의에 문재인 비서실장과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 10월15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해보니 노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분명히 했었고,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여러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와대에서 관련 회의도 열렸고 그 회의에 문 후보 등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분명한 허위라고 반박하며, 정 의원 등 3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같은 달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NLL과 관련해 영토를 지키려는 충정 어린 발언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은 무고죄에 해당한며 지난해 11월1일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를 맞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30일과 12월3일 민주통합당 당직자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친데 이어 지난해 12월4일과 지난달 25일 정 의원을 각각 고소인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 의원과 박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 국정원 관계자와 대통령 기록물 보존·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대화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공공기록물'로 판단,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했다.검찰은 또 이해찬 전 대표의 경우, 민주당측 고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당 중앙선대위 및 확대선대위가 결정한 점을 들어 무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본건 고발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및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문헌 의원의 주장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신뢰해 고발한 것이므로 무고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민주통합당으로부터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발된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도 무혐의 처분했다.
천 수석은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정상회담 대화록을 본 사실을 인정해 민주통합당에 의해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열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천 수석은 1급 비밀취급인가자로서 법적 절차에 따라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공공기록물인 본건 대화록을 공무상 열람 신청했다”며 “국가정보원장의 승인을 받은 후 열람한 것으로 확인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회에 대화록 제출을 거부해 피소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 위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밝혀내는 것은 국민적 불안과 의혹 해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 국정원장에게 대화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장은 대북관계 국가기밀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고, 공공기관정보공개법에 의하더라도 국가안보 등에 관한 사항으로 비공개가 가능하다”며 “비공개결정은 재량행위이고 공공기관정보공개법상 불복절차가 마련돼 있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