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7일은 교원 봉급날이다. 그러나 이번 달부터 중학교 교원들은 수십 년 동안 매달 통상적으로 받아왔던 수당 일부를 받지 못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교원이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해당 교원들은 실질적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총이나 전교조도 연일 기자회견을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사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에는 우리 교육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뜻있는 선각자들은 해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힘없고 가난한 나라를 대신해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웠고,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가가 해야 할 교육적 책무를 기꺼이 대신했다. 지금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사립학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 교육과 학교 지원에 힘을 보태기는 마찬가지였다. 법적으로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단계적으로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가난한 국가에서 의무교육에 충당되는 모든 교육비용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생긴 것이 사친회, 육성회와 같은 학부모조직이었다. 사친회, 육성회는 학교별로 사친회비, 육성회비 등을 걷어 의무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했고, 그 중 일부를 박봉에 시달리던 교원들에게 수당으로 지급했다.
육성회비는 1997년 폐지되고, 학교운영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육성회비가 폐지될 때 정부는 유·초등교원이 교원연구비, 학생지도비, 직책연구비 등으로 받아왔던 수당을 보전하기 위해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에 ‘교원등에 대한 보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지급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중학교 교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행됐지만, 법정 수당으로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학교운영지원비에서 수당을 받아왔다.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진행되고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의식도 성장했지만, 학교운영지원비에서 수당을 지급하는 관행은 계속됐다. 결국, 이 같은 관행에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가 제동을 걸었다.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가 학부모에게 학교운영지원비를 부담토록 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를 학부모에게 징수하는 것은 의무교육 원칙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룬 원동력에 대해 대부분 학자들은 교육을 꼽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개인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웠고, 학부모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 교육, 학교 지원을 위해 기꺼이 교육비를 부담했다. 교원들은 교육을 중시하는 국가 사회적 풍토에서 학생 교육에 헌신했다. 헌재의 결정은 이제부터는 국가가 그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적 책무를 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헌재 결정 이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교원의 수당체계를 개편해 담임교사수당, 보직교사수당 등에 포함해 지급하겠다는 방침만 고수하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마련해 수당을 지급하려 했지만, 이조차 부교육감들이 모여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보류하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은 교과부 지침을 기다리고, 교과부는 수당에 관해서는 권한이 없다며 행안부만 쳐다보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나온 지 반년이 넘었는데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흔히들 군인, 경찰, 소방관, 교원과 같은 직업군(職業群)은 사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교육에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교원의 자질과 사기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 교원수당은 한 달에 대략 7만원 정도이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따질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매달 나오는 봉급은 생활인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사기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돈 몇 푼에 교원의 사기를 꺾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