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로드웨이’라고 하면 어디를 떠올릴 수 있을까. 바로 대학로다.
대학로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극장 밀집 지역이다. 2005년 대학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현재는 극장 수만 150곳 이상. 이 중 절반은 대학로의 트레이드마크인 소극장이다.
극장 수가 이렇게 많다보니 당연히 연극 수도 넘쳐난다. 관객 입장에서야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사실 극장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100만 관객 돌파’를 외치는 한 연극이 있다. 대학로 대표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죽여주는 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유난히 길게 늘어 선 줄이 인상적인 대학로의 삼형제 극장 앞에 관객들과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한 사람이 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삼형제 엔터테인먼트의 이훈제 대표다.
사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이 대표가 2008년 대관료 800만원으로 시작한 매우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다.
이런 연극이 전국 7개 지점, 4년간 8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돌파하는 ‘죽여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무엇일까. 그에게서 대학로 연극 ‘성공 스토리’를 들어 봤다.
◆연극과 상생(相生)
“처음 대학로에 왔을 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되자는 마인드로 뛰었다. 관객, 공연을 이끌어갈 직원 및 배우, 대학로에 있는 사업장 한분까지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대표는 ‘죽여주는 이야기’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상생’이라고 답했다.
대학로에 있는 50여개의 노점과 수많은 음식점, 카페 등 모든 곳에서 <죽여주는 이야기>의 포스터를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자신의 연극을 홍보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학로에 있는 모든 노점에 수시로 돌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생각만 하면 성공할 수 없다. 몸으로 행동해야 비로소 나의 진심이 전달된다. 하지만 계산적인 행동은 상생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심으로 그들을 위하고 아끼면, 그들 또한 우리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상생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삼형제 엔터테인먼트’
이러한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삼형제 엔터테인먼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삼형제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은 이 대표와 통화를 할 때마다 “사랑합니다”라고 서슴치 않고 말한다.
갑과 을의 고용관계임이 분명한데, 직원들의 표정은 열정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 이 대표와 삼형제 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은 태국으로 해외 워크샵을 다녀오기도 했다.
“연극을 만들어가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관객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마인드로, 직원들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이들이 만드는 연극을 통해 관객 또한 행복해지니 결국 이것 또한 상생으로 통한다.”
◆100만 관객과 상생 하는 ‘죽여주는 이야기’
자살사이트 대표 안락사에게 찾아온 고객 마돈나와 바보레옹이 자살을 의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확실히 재미있다.
누가 봐도 성공이라고 외칠 만큼 흥행요소가 가득하다. 이 대표가 굳이 전국을 누비며 상생 파트너를 만들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생 밑바닥의 어려움을 알기에 만인과 함께 이루는 성공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 관객 한 명부터 대학로의 노점, 사업장, 광고 업체 심지어 음식점까지. ‘죽여주는 이야기’의 목표는 그냥 이뤄지는 성공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성공이다.”
2013년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와 이훈제 대표 그리고 상생이 만들어 나갈 100만 관객의 행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