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인 최 전 대통령은 오전 6시쯤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오전 7시37분께 영면했다. 서울대병원측은 최 전 대통령의 사인을 급성 심부전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 미수(米壽.88세)를 맞았던 최 전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심장질환 등 노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으며 자택에는 간병인이 상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행정자치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최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한명숙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장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인은 해방 직후인 1946년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장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로 외교공무원으로 활동했고, 제3공화국 시절이던 67년 외무부 장관을 거쳐 76년부터 4년간 총리를 지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같은 해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이듬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사임 뒤 최 전 대통령은 정치적 언급을 삼가며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빈소에 전 대통령 등 조문 줄이어
최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빈소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김영삼·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반기문 새 유엔 사무총장, 여야 정치권 인사 등 각계에서 보낸 화환도 가득 찼다.
이날 오후 2시10분께 빈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더 사실 수 있는 나이인데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고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계실 때 야당 총재로 2번 만났다"며 "고인께 대통령 직선제를 하자고 말씀 드렸더니 '남미와 유럽의 제도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3시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장관이던 고인과 국사를 논하던 기억이 선하다"며 "고인은 중후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외교관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큰 공헌을 하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고인께서 외무장관일 때 사무관으로 외교부에 들어왔고, 젊은 시절부터 존경하던 역할 모델이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에 임명되고 나서 인사드리러 가려 했는데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전 대통령과 12. 12쿠데타의 악연을 맺고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애도를 표했다. 21일부터 대구를 방문중인 전 전 대통령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23일 상경, 최 전 대통령을 조문할 계획이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최 전 대통령 장남 윤홍씨에게 전화해 애도의 뜻을 유족에게 전한 데 이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빈소로 보내 조문했다. 노 대통령은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족은 장남 최윤홍 씨 등 2남 1녀. ▲강원도 원주 ▲경성 제1고보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 ▲만주대 ▲서울대 사범대 교수 ▲외무부 통상국장 ▲외무부 차관 ▲외무부장관 ▲국무총리 서리 ▲대통령 권한대행 ▲10대 대통령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의장 ▲국정자문회의 의장 ▲민족사 바로찾기 국민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