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민노당 전·현직 간부와 80년대 학생회 간부들은 고정간첩 장민호(44·구속·미국명 마이클장)씨가 주도한 '일심회' 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결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고교·대학 동문이거나 학생운동을 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감정과 사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들과 고교·대학 동문인 허인회씨도 '일심회' 결성에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공안 당국은 보고있다.
'386 간첩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송찬엽 부장검사)는 28일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 총장과 운동권 출신 정보통신업계 회사원 이모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고정간첩 의혹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장민호씨와 함께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
국정원과 검찰 등 공안당국에 따르면, 성균관대 국문과 81학번이었던 장씨는 2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간 뒤 1987년 친북 인사에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1989년 친북 교포인 김모씨 소개로 처음 방북한 뒤 1993년 재 입북해 북한 조선노동 당에 가입했다. 장씨는 현재 북한에서"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아 반국가 단체인'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 강령을 원용, '일심회'라는 조직을 구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주한미군과 국내 대기업, 미국 실리콘밸리 내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 등에서 근무하면서 첩보 수집 및 보고 활동을 벌이다가 1997년 고교 동문모임에서 연세대 총학생회 학술부장 출신 손정목(42·구속)씨를 만나 일심회 를 조직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손씨와 장씨는 1999년부터 컴퓨터업체 S사 계열인 N사를 경영하면서 고려대 82학번으로 운동권 출신인 이진강씨를 영입했다.
공안당국은 또 장씨와 고교 동문인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이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다. 허씨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하지만 허씨는 이날 당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장씨는 또 2000년 허씨를 통해 고려대 총학생회 삼민투위원장 출신인 이정훈(42·구속) 전 민노당 중앙위원을 소개받았다. 2005년엔 손씨 소개로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이 조직 대열에 합류했다
◆최종 목표는 민노당?
손정목씨 등은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일심회'에 가입했다. '386세대' 가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들은 정치, 경제 등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고 있었다. 곧 '사회전공'을 살려 '일심회' 안에서 역할을 분담했다.
장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을 보고하는 임무를 맡으며 조직을 총괄했다. 손씨는 국내 일반 정세를 탐지·수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진강씨는 시민단체 동향, 민노당 중앙위원이었던 이정훈씨는 민노당 서울시당의 동태를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씨를 통해 포섭한 최씨에게는 그동안 수집하던 정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기대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일심회'가 최씨에게 요구한 역할과 관련,"정당 내부에서 북한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가 장씨의 첫번째 포섭대상이 된 이유는 그가 장씨의 서울 Y고 후배였기 때문이다. 둘은 동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정훈씨 역시 고교 동문인 허인회씨 소개로 접촉했다. 장씨의 활동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그가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의 부장으로도 근무했다는 점이다.98년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 부장으로 근무하면서도 수시로 대북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는 북한 대외연락부 간부로부터 받은 비밀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이뤄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장씨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내사를 벌여 조직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8월 구속기소된 한총련 산하 서총련 핵심 간부 최모(여·31)씨가 북한 주체사상을 담은 CD를 활용해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20여명 규모로 구성된 비밀 배 후조직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체사상과 인터넷 선동글 게재 방법 등에 대해 조직적인 교육 및 지원활동을 벌여온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