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정으로 고향 목포를 찾아왔다"며 "지난 반세기 정치에 참여하며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감옥살이와 연금생활을 했지만 제가 죽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택이었다..."
팔순을 훌쩍 넘긴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28일 퇴임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그리운 고향 목포를 찾아 3천여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 재직 시절에도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에 묶여 고향 땅을 거의 밟지 못했다. 취임 6개월 만인 1998년 8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목포 구간 개통식 참석차 한차례 목포를 방문한 게 전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8년이라는 세월도 잠시, 그는 이날 오후 1시40분쯤 이희호 여사와 함께 KTX 209편으로 목포역에 도착해 미리 마중나와 있던 한화갑 대표와 최인기, 이낙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영접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전남 무안군 하의면에서 태어나 36년에 목포로 이사온 뒤 제일보통학교와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를 졸업한 뒤 첫 부인 차용애 여사와 결혼해 홍업, 홍걸 두 아들을 낳고 청운의 꿈을 키웠던 곳. 게다가 6.7대 국회의원으로 연거푸 당선시켜 준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오랜 기차여행에도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었으며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탓인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목포 역장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목포역 광장에 마련된 환영행사장까지 걸어간 그는 광장에 운집한 3천여 명의 시민들에게 엷은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고 머리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환영식장 곳곳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김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시민들은 늦가을 햇살 속에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고, 양산을 든 채 김 전 대통령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40대 기수'를 부르짖었던 그를 변함없이 지지해준 고향 유권자들은 DJ처럼 백발의 노인으로 변했지만 그를 향한 애정만은 변하지 않은 듯 했다.
'고향의 봄'을 합창하면서 시작된 환영식은 시종일관 활기가 넘치는 속에 진행됐다. 그는 '고향의 봄'을 함께 따라 부르다가 감회가 새로운 듯 눈을 지긋이 감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환영인사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힘든 생을 사셨지만 가시밭길 곤란속에서도 목포 시민들의 힘이 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방문을 적극 환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여러분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정으로 고향 분들을 찾아왔다"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극복해낸 것은 국민과 특히 고향 분들의 격려와 성원 덕택이었다"며 "국회의원과 대통령 재임, 노벨평화상 수상 등 그동안 받은 모든 영광을 사랑하는 고향, 전라도 여러분께 바친다"고 뜨거운 애정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환영행사에는 열린우리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유선호의원과 천정배, 김원웅 우윤근, 이상경 의원,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최인기, 이낙연, 이상열 의원, 채일병 해남. 진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 등이 참석해 DJ의 목포방문에 대한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