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또 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채 표결 자체를 원천봉쇄 했으며, 열린우리당은 '표결 처리 강행' 결의를 내비치며 실력행사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헌재소장 임명 처리안은 정상 표결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전날에 이어 국회 의장석을 점거,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강한 저지 의사를 피력하고 있으며,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농성을 풀 것을 요구하며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이나 실력행사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의 대치를 중재하려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 3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효숙 건 타협 대상 아니다"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은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강력한 표결 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재섭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원칙의 문제이고 법치의 문제인 만큼 이번에 헌법수호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라며 임명 동의안 상정 봉쇄 방침을 거듭 밝혔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여러분들과 함께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어제 본회의장에서 밤을 샜다. 아마 오늘도, 내일도 밤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전효숙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분위기를 북돋았다.
김 원내대표는"한나라당은 이제 10년 동안의 야당생활을 청산하고 집권을 해야 한다"며 "만일 이 부정한 헌법파괴를 막지 못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사라질 것"이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단상점거는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폭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점거는 의회주의를 유린하는 폭거"라며 '좌시 하지 않겠다' 고 공언하고 있지만, 물리력으로 한나라당의 저지선을 뚫을지는 불투명하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든 정당이 투표에 참여해 표결로 결정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환영한다"며 "국회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국민들은 여당이 책임 있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의회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루 내내 단합하고 성취가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표결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횡포는 국회법에 의거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한나라당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캐스팅보트 야3당도 긴박
이런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야3당도 회동을 갖고 대응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민주노동당은 표결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도 "표결에 참여하되 반대 표결을 하겠다"고 했던 당초의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이날 낮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열리는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지금은 한나라당이 (표결에) 불참한다고 가정하지 않는 게 좋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을 설득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노당은 임명 절차와 관련한 문제가 없어진 만큼 표결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찬반 당론은 본회의 직전 의총을 열어 결정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찬성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찬성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도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전 후보자가) 우리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비교적 개혁적, 진보적 인물이다. 여성지위 향상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며 당론 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중심당은 참여불가 입장을 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임명 동의안 상정을 물리적으로 막는 상황에서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직권상정 요청에 임채정 국회의장은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장은“일단 다수가 요구를 하니까 상정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한나라당이 단상을 점거한 채 안건 상정을 원천봉쇄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정경환 의장 공보수석이 전했다. 그는 국회의장의 경위권 발동 여부에 대해서도“인사사항인 만큼 가부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위권을 발동하려면 한나라당 의원들을 퇴장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