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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국정수행 어려운 상태"

김부삼 기자  2006.12.03 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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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실용 성향의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철회한 것은 불법행위에 굴복한 것"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이 발언을 하는 순간 이미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첫 선서내용"이라고 운을 뗀 뒤 "국회와 국민이 불법행위나 부당한 횡포를 자행해도 대통령은 굴복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보다 더 큰 정치를 해야 마땅하다"며 "그 발언이 헌법에 규정한 대통령 선서에 비춰볼 때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여야가 비생산적인 정쟁을 그만두고 상호 합의하에 다음 대통령과 국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길 당부하면서, 여야가 이런 논의를 통해 새로운 틀을 도출해 내면 미련 없이 물러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의원이 올린 글의 전문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지난 11월 28일 국무회의의 모두 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부당한 횡포다. 그런데 어제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굴복한거다. 현실적으로 상황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굴복했다"

과연 이 발언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선서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씀이겠습니까?

우리나라 헌법 제69조에서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회가,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이 불법행위나 부당한 횡포를 자행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이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보다 더 큰 정치를 해나가야 마땅할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첫 선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굴복하였다는 발언을 하는 순간 이미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을 되새기며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만일 제가 그런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헌법 체제는 취임부터 대통령이 일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87년 헌법은 민주화 운동의 결과 탄생한 헌법으로 단임제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헌정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회와 대통령의 임기 불일치, 단임제로 인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부족과 이에 따른 책임정치 구현의 어려움 등이 그것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새로운 과제들입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다시 재단해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전면적인 개헌을 논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읽고 그 속에서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므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권력구조 논의는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한시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와 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 중임제, 국회의원과의 임기 일치화 등 당장 시급한 논의를 시작하고, 다음 대통령과 국회가 책임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여야가 비생산적인 정쟁은 그만 두고 상호 합의하에 다음 대통령과 국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길 당부합니다. 여야가 이런 논의를 통하여 새로운 틀을 도출해 낼 때에는, 저는 미련 없이 물러나고자 합니다.

21세기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민생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여와 야가, 국회와 대통령이, 그리고 국민과 정부가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보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라는 열린우리당의 강령이 마음에 들어 정치를 시작한 저 이계안은 우리 정치가 미래를 위해 일하는 정치가 되길 바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