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3일 오후 당소속 현역의원 전원을 상대로 당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을 묻는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당은 당초 14일부터 설문조사에 착수하려던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오후 4시 의원회관의 각 의원실로 당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설문조사 용지를 배포, 14일 오후까지 의견을 제출토록 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당의 진로' 에 대한 설문 문항은 △당의 위기 원인 △당유지. 재창당. 통합신당 가운데 바람직한 진로 △전대시기와 새 지도부 구성 방안 △전대준비 주체 등을 묻는 주관식 3개 문항과 객관식 4개 문항 등 모두 7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설문조사로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데 대해 당사수파측은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이지만, 설문 참여 여부는 의원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으면, 14일까지 취합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경 열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중진의원이 주축이 된'광장파'와 초재선 의원모임인'처음처럼'등 중도그룹이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의 갈등을 중재하고 나선 가운데 통합신당파가 반발하면서 당 진로를 둘러싼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통합신당파인 실사구시(강봉균 채수찬 의원 등 29명),희망포럼21(조배숙 양형일 의원 등 20명),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유재건 박상돈 의원 등 19명) 등 세 그룹은 이날 합동모임을 갖고 내년 전대 전까지 신당 창당 필요성에 대한 당내 공감대 확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신당파의 대세론 확산을 위해 조만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 재출범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당파는 한·미 동맹과 부동산정책 등 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에 대한 평가작업도 병행, 노무현 대통령과 사수파의 명분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신당이 지역당이 아닌 정책정당임을 강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당사수파는 비대위의 내년 2월 전대 개최 방침에는 환영하면서도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기남, 김형주, 백원우, 이화영 의원 등 사수파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당지도부에 전당대회 준비위를 공정하게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화영 의원은"준비위가 계파별 안배로만 이뤄져서는 안되며 당원 전체의 권한을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게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진 의원 그룹인 문희상, 배기선, 유인태, 원혜영 의원 등 '광장파'와 '처음처럼'은 이날 모임을 갖고 조속한 전당대회 준비위 구성, 차기 전당대회는 대통합 추진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차기 지도부의 합의추대와 권한 강화 등의 입장을 정리하고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지도부의 권한강화를 위해 당의장이 원내대표를 임명하도록 하는 원톱체제와 당무위원회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성격과 친노세력 배제에 대해 통합신당파의 입장이 여전히 강경하고, 당사수파 일각에서도 차기 지도부의 합의추대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어 내년 2월 말 전당대회까지 계파별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