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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이 스님처럼 '삭발'

김부삼 기자  2006.12.20 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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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단체 인사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등 종교계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개신교 목회자 30여명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사학법 재개정 촉구' 를 위한 집단 삭발을 강행했다.

이용규(기독교대한성결교회 증경총회장)목사, 김동건(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증경총회장) 목사, 김종채 한국기독공보사장, 박노원 한국장로회출판사장, 장현운 서울지역 목회자협회 총무, 김용관 교목협의회장 등이 삭발에 참여했다. 한국교회 사상 목사와 신도 등이 집단 삭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기독교감리회 신경하 총감독, 대한성결교회 이정익 총회장 등 기독교교단협의회 소속 교단장 22명은 이날 오전부터 같은 장소에서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이광선 총회장 등도 지난주 삭발 및 금식 기도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소수의 비리 사학들을 이유로 사학법을 개정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사학법이 재개정 될 때까지 순교를 각오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개방형 이사를 파송하는 사학법은 대한민국 건국이래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대한민국의 교육 역사와 현 정부와 법을 제정한 국회에서도 길이 치욕으로 남을 권력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사학을 말살하려는 집권야당의 정신나간 행동"이라는 강한 말로 규탄하면서 종교계의 단결을 호소했다.

총회장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시무)는 삭발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기독교인은 함부로 삭발이나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뿐더러 이를 즐겨하는 이들도 아니다"라며"오늘 우리를 삭발까지 하게끔 만든 것은 바로 현 집권 여당의 오만함"이라고 주장했다. 또"오늘 우리의 삭발은 사립학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신앙과 선교의 자유가 침해됐을 때 순교로 맞섰던 신앙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개신교 진보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사학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개정 사학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방형 이사 선임을 담은 조항 등은 기존 이사회 전체를 불신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다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독교계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평신도들까지 참가하는 대규모 촛불기도회를 여는 등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