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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평통발언' 일파만파

김부삼 기자  2006.12.23 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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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민주평통 상임위에서 거침없이 토해낸 '고건 전 총리 인사실패'등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고 건 전 총리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즉각적인 반발과 질타가 쏟아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계개편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세력을 재결집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이뤄지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반박과 비난수위도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22일 자신을 참여정부 초대 총리에 기용한 것을 '실패한 인사' 로 규정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개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정을 전단(專斷)한 당연한 결과"라며 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세력의 균형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 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민생문제도 챙기지 못한 무능력,'나누기 정치' 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일축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내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여당이 원내 제1당이었음에도 국정운영은 난맥을 거듭했다"며 국정실패의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참여정부 초대 총리직을 제의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고 또 고뇌했다"면서 "그러나 안정 속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권유와 종용에 따라 이를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의 협조를 얻어 국가적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한 데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며 "국가 최고지도자의 언행은 신중하고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막말의 극치"..."궁예의 말로"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막말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며'마치 드라마'왕건'에 나오는 궁예의 말로를 보는 듯해 처연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노 대통령이 대권 새판짜기 전선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다"며'언론과 야당에서, 자신이 기용했던 전직 총리와 장관들에게까지 그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국민은 노 대통령을 잘못 기용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남 탓만 하는 그칠 줄 모르는 정열의 10분의1만이라도 민생을 보살피는 데 쏟았더라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모색 중인 통합신당파를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치적 꼼수를 중요하게 고려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역사가 준엄하게 비판하고 지적할 것"이라며 '우리의 부족과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재출발할 수 있는 다짐을 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 비판했다.

김근태 의장계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은"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수순 같다"며"하지만 파괴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당파로 분류되는 정봉주 의원은 "신당파를 자꾸 흔들어서 내쫓으려고 하는 것"이라며"중도개혁 세력을 묶으려고 하는 중심 인물들을 인신 공격성 발언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노 대통령이 대북송금사건 특검 수용에 대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용한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대부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로 밀어붙인 것"이라면서"대북송금특검은 노 대통령의 역사적 실패이자 불안한 동북아 정세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고 전 총리 자체에 대해 부정적 얘기를 한 게 아니다"면서"고 전 총리의 인품이나 역량, 당시 정책성과에 대해 평가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노 대통령 연설은 안보정책 분야가 핵심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주세요' 라는 제목의 반론문을 청와대브리핑에 싣고 "우리 사회 보수·진보간의 대화와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그런데도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바탕에 갈등구조를 깐 다음, 다른 말 다 떼어버리고 대통령과 특정인, 또는 대통령과 특정정치세력을 대립시키는 것은 자칫하면 싸움 붙이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