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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개헌카드 왜?

김부삼 기자  2007.01.09 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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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이라는 새 화두를 던짐으로써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최악의 지지율에다 임기 말 권력누수까지 겹치면서 식물대통령 신세라며 한탄하던 노 대통령은 개헌카드로 난국을 돌파할 태세다.

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특별담화를 갖고"결코 어떤 정략적인 의도도 없다"며 개헌제안이 국민을 대표한 대통령의 충정에서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안을 의식해 대외비로 했을 뿐 내부적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검토하는 등 오랫동안 준비한 국가적 과제라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87년 개헌 과정에서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바꿀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신년 벽두에 개헌 카드를 꺼낸 데는 지난해 이후 하루가 다르게 나빠진 통치여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권경쟁이 조기에 본격화하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의 '대통령 흔들기'가 심해지고, 야심차게 준비한 '비전2030' 같은 중장기 국가재정계획 등 장기적 과제나 정책조차 '대선용', '국면 전환용' 으로 비판받은 것이 자극제가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에 1회에 한해 연임 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는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 돼왔다"며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상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던진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제안은 한나라당 조차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지 못할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적지 않다. 노 대통령도 이 점을 중시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발동한 것도 명분을 업고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고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의 범위 안에서 바람직한 개헌의 내용에 관해서도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의제에 집중한다면 빠른 시일 안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완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 담화 전문
국민 여러분, 새해,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올해는 87년 6월 민주항쟁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6월 항쟁 의 결실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2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의 기본 규범이자 시대정신과 가치 가 제도화된 틀입니다. 현행 헌법 아래 우리는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민의 선택에 따라 정권을 교체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했습니다. 또한 권위주의와 특권구조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사회의 기틀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 헌법은 이제 새로운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규범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문 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 때는‘내각제 개 헌’이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양당의 후보 모두가‘임기 안에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최고 규범이므로 그 개정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각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개헌을 주장하다 보면,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합의를 이루기도, 실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개헌 주장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진전되지 못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합니다.

87년 개헌과정에서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비약적으로 제고되고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 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집권의 우려는 사라졌고, 오히려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기 후반기에는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에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 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현행 5년의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 을 유발하여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는 정치 권, 학계, 시민사회,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되 어 왔고 합의 수준도 높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공 약해왔고, 지금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도 필요성을 말한 바 있고,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도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제 기된 바 있습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하고 차기 정 부에서 개헌을 추진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 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기 국회의원은 2012년 5월에 임기가 만료되고, 차기 대통령은 2013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므로 단임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깝게 줄이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임기를 줄인다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 의원 어느 쪽도 수용하기 어려우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특별히 줄이지 않고 개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20년만에 한번 밖에 없습니다.

이번을 넘기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어떤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어떤 정략적인 의도도 없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 한 의제가 아닙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 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정치권의 논의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후보로서 그리고 당선자로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 개헌 발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 당장 정치권 전체의 합의가 이루어 져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20년만에 한 번 오는 기회를 떠내려보낸다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에게 이 제안을 드립니다. 저는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것입니다.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의 범위 안에서 바람직한 개헌 의 내용에 관해서도 의견을 들을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권한 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의제에 집중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새로운 한국을 위하여 권력구조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헌 법의 많은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논의만 무성할 뿐, 개헌은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개헌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제 시기의 제한이 없이 우리 헌법을 손질하는 개헌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이 필요할 때 개혁을 이루는 것이 성공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할 일이 아닙니다. 셈을 하더라도 셈을 정확하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만 있을 뿐, 누구에게도 손해 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 서 합리적인 제도 위에서 다음 정부가 출범하여 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책임 있게 국정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의 결단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월 9일 대통령 노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