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제안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11일 청와대 오찬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이 모두 불참하기로 하는 유례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야당들이 모두 대통령의 초청을 일제히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인 것은 물론 과거 정부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오찬 진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은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지만 최종 결정은11일 오전에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오찬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한나라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노 대통령의 개헌 논의 제안은 국정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재집권을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규정하고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재섭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결코 개헌논의를 할 때가 아닌 만큼 개헌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 내일 청와대모임에도 가지 않겠다"며 개헌논의 거부 입장을 확인했다.
이어 민노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도 이날 오후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어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은 시기적으로나 방식 면에서나 부적절하기에 반대한다"며 "청와대 오찬에도 당초 입장을 바꿔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청와대 오찬 회동은 정당 간 논의의 장이 돼야 하는데 도저히 그렇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국중당의 이규진 대변인은 "긴급 지도부 회의를 가진 결과, 청와대의 정략적 개헌 논의에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헌법기관장, 여야 지도부 등을 시작으로 개헌추진 여론확산 작업을 본격화하려던 청와대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로써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일부의 지지만을 얻는'외톨이 개헌 드라이브'로 전락함으로써 추진력이 급속히 약화돼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