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신년특별연설에서 민생 문제의 구조적 해법으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하며 "국민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나누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는'함께 가는 경제' 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와 업적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참여정부의 성과가 언론 비판과 야당의 정치공세 탓에 잘못 평가받았다며 공격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민생파탄 주장 승복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연설 초반 민생 문제를 화두로 끄집어냈다. 노 대통령은 민생문제와 관련해'민생파탄' 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이라며 "지난 4년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참으로 면목이 서지 않는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자죄 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지금 민생의 어려움이 오로지 참여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심판하자는 사람들도 있다"며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으나 한계는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라고 선을 분명히 긋고,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이 '민생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는 승복할수 없다"며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경제운용 원칙을 지켰다"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경기 원칙을 지켰음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북핵위기, 신용불량자, 소비둔화, 카드채 등 넘겨받은 위기를 무난히 관리했다고 평가하고 "야당과 언론들이 끊임없이 우리 경제를 위기니 파탄이니 하면서 저주하는 가운데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4년간 평균 4.2% 성장은 OECD 30개 회원국중 7위 정도의 성적"이라며 "국민의 정부이래 일부 정치인들과 유력 언론이 우리 경제에 끝없는 저주를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꾸역꾸역 깨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아마추어 정부'라고 비판하는 논리도 조목조목 반박했다."경기의 활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제이론이 허용하는 모든 경기 부양책을 다 동원했다"고 항변했다. 이어"후유증이 우려되는'무리한 경기부양'은 하지 않았고, 경기정책에 원칙을 지켰다. 그로 말미암아 저항도 많았고, 야유도 많이 받았다.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며 아마추어 정부라고 했지만, 나는 버티어 냈다. (다음 정부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 결과는 다음 정부에서 나타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진보세력 인식 바꿔야"
노 대통령은 한미 FTA 추진문제와 관련해 "진보개혁 세력이 앞으로 정치적, 사회적으로 주도적인 세력이 되기 위해선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며 "역사의 대세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야 역사의 주류세력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역시 남은 것은 농업문제인데 쌀은 WTO에서 합의가 돼 있는 것이고 FTA 문제가 아니다"며 "이에 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까지 수도권에 연평균 36만호 이상 공급 계획"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더 이상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기는 불가능하게 됐다"며 "그동안 나왔던 모든 투기 억제정책이 전부 채택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올해부터 2010년까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연평균 36만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민간부문의 위축에 대비해 공공부문의 공급정책을 준비중이며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이 양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반대와 흔들기 때문"이라며 "일부 부동산 언론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흔들고, 야당은 장차 제도를 뒤집을 듯이 흔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더 강력한 정책이 만들어진 셈이어서 부동산 신문으로선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횡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언론의 횡포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권력과 언론의 유착은 국민의 정부에서 이미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참여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서 언론의 특권과 횡포에 대항하고 있다. 이루 말할수 없이 힘이 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에는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해 시민과 정부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특권과 반칙의 구조를 해소하는 것은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우리 언론이 스스로 정치를 지배하려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시민의 권력으로 돌아가고, 사주의 언론이 아니라 시민의 언론이 될때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내일 아침 일부 언론을 보라. 이 자리에서 보고들은 것과는 사뭇 다른 기사가 나올 것"이라며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과제 뒤로 넘기지 않겠다"
노 대통령은"지금 많은 사람들이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나는 남은 1년의 상황을 바꿀 만한 무슨 전략을 갖고 있지 않고, 무슨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도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지금 나의 관심은 성공한 대통령이나 역사의 평가가 아니라, 남은 기간 맡은바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며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