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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여당, ‘공중분해’ 되나?

김부삼 기자  2007.01.24 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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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내에서는 현재 우여곡절 끝에 전대가 치러지더라도 시기나 탈탕 주체가 달라질 뿐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에는 힘이 들어 보인다. 의원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통합신당파가 승리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들은 곧바로 통합수임기구를 발족,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에 들어갈 것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정 전 총장 등 외부 인사 영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당의 결속력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지부진할 때에는 통합신당파의 내분으로 번져 당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을 다시 맞을 수 있다.

사수파는 당장 탈당에 들어가기보다 당내에서 노선 투쟁을 벌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가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탈당을 결행할 경우 친노 직계들도 노 대통령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발상 탈당론’을 제기한 김형주 의원 등 사수파 일부가 대통령에 앞서 탈당할 수도 있다.

사수파가 전대에서 이길 경우에는 통합신당파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전대 결과에 실망한 신당파 내 강경 그룹은 곧바로 탈당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친노 성향 중진들은 전대 결과에 승복한 뒤 대통합을 모색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과의 물밑작업은 계속된다”

이런 가운데 임종석, 송영길, 김부겸 의원 등은 23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만나 (가칭)‘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이르면 금주내에 공식 발족하기로 했다.

이들은 3월말까지 의원 30~40명 수준의 통합신당 주비위를 구성한 뒤 4월 재보선에 도전, 범여권 신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 정장선, 최용규, 이종걸, 조배숙 의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의원 등 10여명의 여야 의원들이 일단 당적을 유지한 상태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4일 “우리당, 국민중심당 의원들과 1년이 넘게 대화를 해왔다”며 “비(非) 노무현, 비(非) 호남,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열린우리당, 국중당 의원들로 구성된 ‘중도통합 추진세력’을 조만간 가시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 최재천(서울 성동갑), 이계안(서울 동작을) 의원은 이날 오전 탈당을 결행, 열린우리당 의석은 136석으로 줄어든 것.

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무능과 무책임, 무생산의 질곡에 빠진 우리당이 창조적 분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심은 시민들의 희망을 위해 원내 제1당, 여당이라는 집을 떠나 광야로 나올 때”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과 가까운 최 의원의 탈당은 비슷한 개혁성향 초.재선인 제종길, 안민석, 김재윤, 이상경, 이종걸, 정성호 의원 등의 연쇄 탈당과 신당 프로그램 제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천정배, 최재천, 정성호, 안민석 의원은 23일 저녁 모임을 갖고 탈당 및 정계개편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계개편에 대해 “중도개혁과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는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대동단결을 한다면, 나도 중도개혁, 국민통합정당 창당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민중심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이 의원인 만큼, 방향성이 같을 경우 통합신당에도 참여하겠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기회’와 ‘찬스’ 라는 단어를 사용해 지금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때”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여권의 붕괴를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현상에 빗대 “열린우리당의 붕괴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낡은 지역패권과 이념에 매달렸기 때문”이라며 “지역패권과 낡은 기득권에 매달린 한나라당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노 정권 핵심세력들이 당의 와해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의 책략이 상황을 더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평양이 대선을 향한 정치판에 노골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창조를 위해서라면 잘못된 정치구조는 완전한 파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면서 “지금은 미래지향적인 양당체제로 정치권이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붕괴 이후의 창조이다. 지진으로 붕괴되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허술한 건물을 지었으니 그 곳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여권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그 낡은 건물과 함께 사라지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과오를 인정하고 그릇된 노선과 결별한 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조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고 ‘제 3정치세력’의 태동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새로운 정당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나간다면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도 만들어질 것”이라며 “양대 산맥이 격돌하는 대선을 통해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리더십도 창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주장하는 ‘붕괴 후 창조’는 무엇인가? 이 의원은 이에 대해 “크게 볼 때 양대 산맥처럼 두 개의 큰 정당이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는 정치지형”이라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비전과 정책으로 정체성이 구분되는 두 개의 메이저 정당이 병립(竝立)하고 좌우로 소수 정당이 서 있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보수적인 정당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응하는 보다 진취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큰 정당을 건설하는 일이 곧 시대의 요구”라며 “이러한 정당 건설을 위해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과 국민통합정당의 건설이 대의명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정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지도자를 먼저 구한 뒤 당을 만들려 하면 때를 놓치고 말 것”이라며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과 국민통합정당의 건설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 기득권을 거부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가면 길이 열린다.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도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특히 “만일 지진으로 붕괴된 기반 위에 제대로 된 정당이 건설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거는 또다시 낡은 이념과 포퓰리즘, 지역패권의 광기에 휩싸이게 되고, 국민 분열과 국정파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 새로운 차원의 정당을 건설하고 안정적인 양대 정당구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거듭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