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학교 이필상 총장이 2일 교수의회에 제출한 "총장 임명 직전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총장은 편지에서"취임식 직전 연락을 받고 시내 모처에서 경영대 교수 3인을 만났는데 이들이'(이 총장)논문을 조사해 언론에 제보하겠으니 취임식 전에 사퇴하고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입원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에 따르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일하던 동료 교수 중 3명이 언론제보를 미끼로 총장직을 그만두라며 협박을 했고 의식을 잃은 척 병원에 입원하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 총장은 "(조사위의) 이번 조사보고서를 통해 그가 언론매체를 통해 비난하는 내용과 같은 논리가 드러나 깜짝 놀랐다. 그 교수가 (조사위에 포함된) 외부 교수라는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고 보고서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총장과 경영대 교수 3명의 만남에 동석했던 이 총장 측 한 교수는 "조사위에 참여한 2명의 외부 인사가 (조사에) 굉장히 불공정한 사람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장이) 조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실상 이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을 다룰 유일한 기관으로 평가받던 교수의회는 이날 고려대 국제관에서 3시간30분가량 논의를 벌였지만 표절 의혹에 대한 의견 결정을 하지 않기로 결론 내린 것도 고려대가 학내 문제에 대해 자체 정화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동안 장시간 조사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음에도 교수의회는 의견을 내지 않고 1차 보고서만 총장과 재단측에 넘기기로 해 실질적으로 대학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교수의회의 영향력을 스스로 버리고 재단에 결정권을 미룬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배종대 교수의회 의장(법학과 교수)은 "논란 끝에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며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재단에 보고서와 소명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 의장은 "문제가 된 논문은 모두 8편으로 그 중 6편은 표절, 2편은 이중 게재"라며 "이 총장은 이에 대해 2편은 저자 표기가 잘못된 것이고, 나머지 6편에 대해서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