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란과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사태에 휩싸인 여권이 사태수습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섰다. 일부 대권주자들은 노 대통령이 추진한 주요 정책과 인사 문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불간섭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가 하면, 대다수 의원들은 개헌안 처리와 중립적인 대선 관리를 위해 노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8일 오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불간섭·불개입을 공식 요구했다.
정 전 의장은"대통합신당으로 가기 위해선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당내 사항에 대해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14 전당대회와 관련,"우리당의 기득권은 아낌없이 버려야 하고, 정체성을 중심으로 정돈하고 근본적인 변화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노 대통령과의 확실한 '선 긋기' 임과 동시에 추후 '노 대통령의 개입' 을 명분으로 자신의 탈당 가능성을 열어둔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장은 특히"현 정권의 대북특검을 막지 못하고 대연정 제안과 코드인사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대(對)언론 정책은 지지하지만 방법과 수단에서 다른 방안도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과오에 대한 고백' 형식을 빌어 노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 대연정 제안, 언론정책 등을 맹공했다. 그는 "현 정부 초기에 대북 특검을 제대로 비판하고 반대하지 못했던 것은 치명적 과오였다. 결국 이것이 5년이 지난 오늘 남쪽 내부사회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장은"언론과의 갈등과 대립이 정부는 물론 국민에게도 피해를 줘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다"며 노 대통령의 대언론 정책을 우회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노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 '원포인트개헌' 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정성 확보와 향후 대선 관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대통령이 조건 없이 탈당해서 중립 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노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같은당 민병두 의원도 "개헌은 애초에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정략적인 의도가 없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개헌안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의도의 진정성과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대통령이)탈당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총리는"그것(대통령의 탈당)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그동안 많이 언급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하리라고 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