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에 불응했다가 서울구치소에 감치됐던 5선의 박찬종 전 의원(68)이 수감 18시간만에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단독 이종우 판사는 22일 재산목록을 모두 제출하고 향후 법원 명령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힌 박 전 의원을 석방했다.
박 전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 때 빌린 돈 13억원 때문에 생긴 대여금 반환 소송과 관련,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구치소에 입감 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 재판부에 재산 목록을 제출하고 석방됐다.
박 전 의원은 법정을 나오며 "전두환. 박지원. 권노갑, 기업 재벌 총수들이 (나와 같은 수의를)입었다고 해서 … 내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돼 버렸는데 그게 아니고 돈 없이 정치를 하다 보니 이 꼴이 됐다. 40여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왔는데 구치소에서 잠을 잔 것은 처음이다.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때는 '깨끗한 정치' '참신한 정치' 로 3김(金)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 전략을 구사했고, '무균질 박찬종' 을 내세웠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공인회계사시험 등 '3개 고시를 패스한 천재' 라 불리며 대선 후보, 서울시장 후보로 승승장구던 그는 지난 92년 총선 당시 송모씨에게 진 빚 때문에 철창신세를 졌다.
지난 92년 14대 총선 당시 신정치 개혁당 대표였던 그는 전국구 후보를 원하는 송씨로부터 13억원의 특별당비를 받아 선거자금에 사용한 뒤 이를 갚겠다는 각서를 써줬다.
그러나 돈을 갚지 못하자 송씨는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박씨는 결국 패소했다.
이로 인해 93년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강제경매로 날렸고, 가재도구가 모두 압류됐지만 여전히 7억여원의 채무가 남았다. 재산명시명령은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은 20일 이내의 감치처분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