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지난 2010년 7월7일(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는 네덜란드가 우루과이에 3-2로 신승해 결승행 티켓을 차지했다.
이날 깨진 것은 우루과이의 60년 만의 우승 꿈 만이 아니었다. 1962칠레월드컵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온 '유럽과 남미의 교차 우승 징크스'도 깨지고 말았다.
징크스대로라면 2002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데 이어 2006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우승했기 때문에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은 남미 국가 중에서 나와야 했다. 사상 최초로 8강에 남미 4개국(우루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이 올랐으나 유효 기간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았다.
동시에 2010년 7월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이 1-0으로 승리해 1934이탈리아월드컵(이탈리아 우승) 이후 70년 넘게 계속된 유럽 국가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만 우승한다는 '유럽 안방 우승 징크스'도 깨지게 됐다.
이 밖에도 '개최국 조별리그 통과 징크스'(남아공의 16강 진출 실패)·'전 대회 4강 중 1개국 예선 탈락 징크스'(독일월드컵 4강-이탈리아·프랑스·독일·포르투갈- 모두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 등도 종말을 고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우승 향방 못잖게 이번에 깨질 징크스들이 무엇인가에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펠레, 조국 브라질을 다시 죽일까?
가장 흥미를 더하는 징크스는 역시 '펠레의 저주 징크스'다.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는 국가는 조기에 탈락하거나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펠레(74)가 브라질이 낳은 '축구황제'여서 더욱 흥미를 더한다.
지난 1966잉글랜드월드컵 당시 펠레가 1958스웨덴·1962칠레월드컵을 2연패한 자국의 우승을 예언하자 브라질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해버리면서 막이 올랐다. 극단적인 사례는 한일월드컵이다. 당시 펠레가 우승 후보로 지목한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한 브라질이 오히려 우승을 거머쥐었다.
펠레는 최근 영국의 스카이스포츠에 브라질월드컵 우승 후보로 독일·스페인·브라질을 꼽았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4개국 중 거론되지 않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뿐이어서 이후 아르헨티나의 우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50년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꿈꾸는 브라질의 축구팬들은 당연히 펠레에게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국은 브라질인데
브라질이 떨쳐내야 할 징크스는 또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국 징크스'다. 월드컵 예행연습으로 월드컵 바로 전년도에 열리는 이 대회 우승국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1년 우승국 프랑스는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05년 우승국 독일은 독일월드컵에서 4강에 그쳤다. 2009년 우승한 브라질은 남아공월드컵에서 8강에 머물렀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국은 브라질이다. 그래서 스페인은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무기력하게 0-3으로 무너졌던 것일까.
◇아메리카 대륙 개최 월드컵에서 남미가 우승하나
'아메리카 대륙 개최 월드컵, 남미 국가 우승 징크스'도 있다.
역대 월드컵 총 19회 중 아메리카 대륙(북·중·남아메리카 포함)에서 열린 7개 대회에서 모두 남미 국가가 우승하면서 퍼진 징크스다. 1930우루과이·1950브라질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 1962칠레·1970멕시코월드컵에서는 브라질, 1978아르헨티나·1986멕시코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1994미국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이 각각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렇다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코스타리카 가운데 우승국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찾을 수 있는 파생 징크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남미 국가 한 나라가 내리 두 차례 우승한다'는 징크스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은 미국월드컵에 이어 다시 우승할 차례가 된다.
◇ '탱고의 저주'도 있다
펠레가 어쩌면 내심 우승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탱고의 저주 징크스'도 있다.
아르헨티나에 승리한 나라는 해당 대회의 결승전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으로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카메룬을 시작으로 미국월드컵에서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1998프랑스월드컵에서의 네덜란드, 한일월드컵에서의 잉글랜드, 독일월드컵과 남아공월드컵에서의 독일이 희생됐다.
'FIFA 발롱도르의 저주 징크스'도 흥미를 더한다.
월드컵 직전 이 상을 탄 선수의 나라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지난해 수상자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였다.
2013~2014시즌 스페인 프리메리라리가,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하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의 자리를 굳히려는 호날두가 내심 떨고 있을 징크스다.
이처럼 깨질지, 또는 이어질지 흥미를 더하는 징크스들이 있는가 하면 유효기간을 성공리에 연장한 징크스도 있다.
'전 대회 개최국 징크스'다. 이전 대회 개최국은 다음 대회에서 부진하다는 징크스로 직전 대회 개최국 남아공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에도 참가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