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택 기자 2014.06.28 13:39:07
[시사뉴스 임택 기자]서울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간 지리한 싸움은 27일 감사원 발표로 표면적으로는 양측 모두 소득 없이 끝났다.
감사원의 이날 발표는 한마디로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변경한 서울시나 이에 문제를 제기한 강남구 모두 큰 잘못은 없으니 앞으로 양측이 협의를 잘 해 사업을 시행하라는 충고에 가깝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2012년 기존 수용방식에서 일부환지로 개발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구룡마을 일부 대토지주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며 이를 시의 특혜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감사원 감사를 신청하자 강남구가 11월에 맞감사를 제기하는 등 양측간의 갈등은 최근까지 3년째 이어졌다.
하지만 감사원은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를 벌여왔음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양측의 화해를 충고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겉으로는 두 지자체가 절차상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점을 들어 양측 모두에게 '주의'가 주어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강남구의 입장이 다소 옹색해진 모양새다.
감사원은 이날 강남구가 집요하게 제기했던 개발방식 변경에 따른 일부 대토지주에 대한 특혜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근 9개월 동안 조사를 벌였음에도 특혜여부를 가리지 못했다면 줄곧 특혜의혹을 제기한 강남구로서는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또한 개발방식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가 주민공람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서도 "하자가 외형상 명백하지 않아 무효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해 사실상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강남구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도 없지는 않다.
특혜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자 서울시가 구측에 2차례 타협안으로 내놓은 환지규모 축소(18%→9%→2%)에 따라 토지주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이 축소(2169억원→1147억원→310억원)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강남구는“구에서 제기했던 특혜 의혹이 감사원의 결과에서 증명됐다”며“감사결과 전체를 면밀히 분석한 다음 추후 대응 방침을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촉구한 바와 같이 강남구와 협의해 실행 가능한 방안이 마련돼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협의에 강남구가 조속히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 감사원 조사에 기대한 바가 컸지만 이날 조사결과는 표면적으로 어느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은 없다.
남은 것은 이제 두 지자체가 그동안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꼬일대로 꼬여 좌초위기에 직면한 구룡마을 개발을 어떤 식으로 재개하느냐다.
구룡마을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된 것은 2012년 8월2일이다. 이에 따른 개발계획 수립 시한은 2년이다. 올해 8월2일까지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되는 상황이다.
양측이 감사원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동안 사회적 갈등의 상징과도 같았던 구룡마을 개발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서울시와 강남구 양쪽 중 누가 먼저 악수를 청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