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해체해서라도 통합신당 추진을 앞당기라"...우리당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2·14 전당대회 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잠잠하던 탈당 조짐이 또다시 당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열린우리당발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한 '2·14 전당대회' 이후 정세균 지도체제가 들어선 지 한달 동안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은 지지부진한데 시간만 흘러간다는 위기감 속에 당 내부에서 파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 해체 포함해 기득권 버려야"
문학진·정봉주·강창일·채수찬·한광원·김우남 의원 등 우리당 초·재선의원 6명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당 해체를 포함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신당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는 통합신당을 조속히 추진하라' 는 성명을 통해"2·14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을 위임받은 지 한달째이지만 통합신당 추진 에 대한 가시적 결과도, 로드맵도 (당 지도부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새 지도부가 당 재정비에 주력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국민은 아직도 우리를 집권여당의 기득권에 안주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직도 우리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정무직을 수행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당 출신 장관들의 탈당도 함께 촉구했다.
이들은 ▲지도부가 당 해체를 포함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통합신당 추진에 나서며 ▲당내 대통령 특보들이 거취에 대한 결단을 해 우리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조속한 시일내에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밝혀, 내부 진통이 조만간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강창일 의원은 구체적인 통합신당 추진 일정과 관련, "5월에 창당을 하려면 3월말, 4월초까지는 대통합신당 추진 연석회의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적어도 3월말까지는 당을 해체하겠다는 선언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통합신당 2단계 작업중"
출범 한 달을 맞은 지도부는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정세균 당의장은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100점은 아니지만 당을 안정시키고 좀더 질서있게 만드는 기조는 마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그동안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등 대통합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1단계 준비를 마쳤고, 2단계 작업을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잘 해보겠다'는 말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도 '가시적 성과가 없다' 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당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대통합을 갈망하는 마음의 표시일 것이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순서가 있다"며 ▲다자간 발을 맞춰 걸어가는'어깨동무 통합' ▲몸집에 관계 없이 수평적으로 만나는 '희생하는 통합' ▲제정파간 서로 흠집내기 없는 '결과적 공동 운명체 인식' 등 3가지를 통합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한나라당의 방해공작에 덧붙여서 우리당의 내부 분열로 인해 국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게 되면 우리당 소속 모든 의원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통합신당 문제가 성큼성큼 나가지 못해 답답하다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객관적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며 일부 의원들의 당 해체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통합신당모임은 이날 논평을 통해"열린우리당 이름으로는 작은 성과조차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은 더이상 성사 가능성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다그쳤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천정배 의원도"당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후속 탈당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