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브라질이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자국 축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경기를 펼쳤다.
브라질은 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열린 독일과의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귀신에 홀린 듯 수비가 붕괴되면서 1-7로 대패했다.
브라질이 월드컵 무대에서 7실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전력의 팀끼리 맞붙는 준결승전에서 7골이 터진 것도 처음이다.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개최국 브라질이 불명예를 안았다.
공수의 핵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와 치아구 시우바(30·파리생제르맹)의 공백이 너무 컸다. 네이마르는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척추 골절상을 당했고, 시우바는 이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4골을 터뜨린 네이마르의 공백은 초반부터 나타났다. 베르나르드(22·샤흐타르 도네츠크)로 공백을 메우려고 했지만 세기에서 역부족이었다.
네이마르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브라질의 공격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헐크(28·제니트), 프레드(31·플루미넨세)의 부진 속에서 공격진의 호흡이 무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활발한 움직임과 기습적인 슈팅,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의 수비진을 교란하는 역할을 했다.
브라질이 베르나르드를 통한 새로운 조합과 미드필더진의 지원으로 대응하려고 했지만 독일은 탄탄했다. 오히려 수비에서 빠른 공격전개로 운영하는 독일의 전술에 허를 찔렸다.
후반 24분에 또 다른 옵션이었던 윌리앙(26·첼시)까지 투입했지만 역시 답은 아니었다. 패색이 짙어진 이후라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시우바의 공백은 훨씬 컸다. 브라질은 이날 7골을 헌납했다.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향평준화되는 기류에서 이 같은 스코어는 잘 나오지 않는다. 독일, 브라질처럼 탄탄한 전력의 팀끼리 만나는 월드컵 준결승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브라질 수비는 빈틈 투성이였다. 시우바를 대신하기 위해 단치(31·바이에른 뮌헨)를 넣었지만 맥을 잡지 못했다. 독일의 2대1 패스에 손쉽게 공간을 내줬고, 역습에 대응하지 못했다.
독일은 초반부터 빠른 공격전개로 브라질을 흔들었고, 전반 11분부터 19분 동안 무려 5골을 퍼부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브라질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첫 골을 내준 이후에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주장 시우바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시우바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상대 골키퍼의 킥을 방해하다가 경고를 받아 이날 나오지 못했다. 불필요한 경고 한 장의 여파치곤 너무나 엄청난 결과였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시우바는 연신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운 표정을 보였다. 경기 후에는 그라운드로 내려와 패배 후, 울고 있는 동료들의 눈물을 닦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