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4일 만나 화합을 시도했으나 '경선룰' 에 대해서 또 다시 충돌을 빚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대권 예비주자 '빅2' 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가 참석한 '4자회동' 에서 "힘을 합해 (한나라당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공개회의에서 덕담을 주고받은 것과는 달리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상대방을 거침없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으며 한치의 양보 없이 날카롭게 대치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애 못낳은 사람"… "대운하 사기극" 첨예한 설전
박 전 대표는 "저쪽에서 '네거티브' 운운하는데 (합의된 안을 거부하면서) 공당의 원칙을 흔드는게 더 큰 네거티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전 시장에게) 이자리에서 결정을 짓고 아무 걱정없이 경선을 향해서 나가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은 과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고 나왔다. 그는 "출근하면서 보니까 '대운하는 대정부 사기극' 이라는 말이 나와 있던데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한 말인 줄 알았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네거티브는 거기서 먼저 한 것이 아니냐. '애 못 낳은 사람'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노골적으로 맞섰고, 이 전 시장도 "내가 그런 말하지 않았다. 잘 찾아봐라"고 응수했다.
또한 4.25 재보선에서 공동유세가 무산된 것에 관해서도 두 사람의 설전이 이어졌다. 김형오 원내대표가'군대를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분과 유세를 같이 했으면 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 '군대 동원' 발언도 네거티브 아니냐"고 지적하자 박 전 대표는 즉각 "그것은 공동유세를 안 해서 선거에 졌다며 책임을 물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전 시장은 "공동유세를 했어도 선거에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졌던 당의 내분을 수습하고 화합하기 위한 첫 만남이 '경선룰' 갈등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마음속에 쌓인 감정의 앙금을 여과없이 쏟아낸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는 악수도 하지 않은 채 끝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양쪽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아울러 강 대표의 당 쇄신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분당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경선 룰을 제외한 ▲경선 결과 무조건 승복 ▲주제별 정책토론회 개최 ▲국민검증위원회 출범 ▲캠프 상근 의원 최소화 ▲불법 선거운동 엄단 ▲대선주자 간담회 정례화(2∼3주에 한 번씩) ▲경선과열 방지를 위한 시·도지부장 선거 연기 ▲전국위원회에서 결원된 최고위원 선출 등 8개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