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선룰과 관련해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면서 두 주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로 인해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내에선 경선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이런 가운데 강재섭 대표가 9일 발표한 대선 경선 중재안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가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
급기야 강재섭 대표는 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된 당내 대선후보 경선 룰과 관련, 선거인단 수를 당초 20만 명에서 23만 1652명으로 늘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또 국민참여 투표율이 3분의 2(67%)에 못 미치더라도 3분의 2로 간주해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수용이냐 불가냐.
강 대표는 9일 오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인단 수는 유권자 총수(2006년 지방선거 기준)의 0.5%인 18만 5321명으로 하고 여기에 여론조사인원 20%를 더하면 총 23만 1652명"이라며 "이같은 안을 지난 3월 경선준비위원회 간부들에게 시달했지만 경준위가 임의로 20만 명으로 줄였고 이것이 분쟁의 빌미가 됐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선거인단 수를 당초 합의대로인 유권자 총수의 0.5% 기준으로 바로 잡으면 논란은 종결된다"며 "다른 문제는 경준위 합의사항이 있으면 합의된대로, 논의되지 않은 사항은 당헌·당규와 관행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고 하루에 동시 투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정당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측의 반대할 경우와 관련해 "당대표가 특정 편을 들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당과 국민을 위한 충정으로 봐 달라"며 "최고위원회의와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다음주까지 이같은 안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중재안과 관련, 이 전 시장측은 "불만이지만 긍정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이번 안은 이미 합의됐던 경선룰의 범위를 뛰어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며 사실상 중재안 수용불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한선교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강 대표가 제시한 안 곳곳에서 강대표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면서도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선거에서의 등가성 원칙은 가장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다. 이번에 제시된 안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선거에서의 등가성 원칙은 가장 소중하게 지켜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 표가 주어지고 그 한 표는 똑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한표는 그 가치인 한표 그대로로 인정받는데 어떤 사람의 한표는 그 가치가 한표가 아니라 두표로 평가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직접 투표를 한 대의원, 당원 등의 표는 한표로 인정되고 전화로 여론조사를 한 사람의 표는 두표, 세표로 인정이 된다면 어찌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이번에 제시된 안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또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이러한 등가성의 원칙을 무시하고 가중치를 적용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나라당 당헌 제 82조 2항에는 국민선거인단 유효투표 80%, 여론조사 결과 20%를 적용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가중치 등을 적용한다는 것은 명백히 당헌을 어긴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룰은 한나라당의 대선에서의 승리를 대전제로 당헌과 원칙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마지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중재안 수용 여지를 남겼다. 송태영 공보특보는 "이 문제는 실무적 결론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중재안이 이 전 시장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당심과 민심을 5대 5로 반영하자는 게 우리측 입장"이라며 "그 점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안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중재안"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중재안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강 대표의 중재안은 사실상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던 한나라당의 내분과 당내 두 대선 주자간 갈등은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306호 5월14일 발행) 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