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장애태아 낙태'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를 비롯한 18개 장애인단체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이 전 시장 대선캠프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후보는 차라리 장애인을 죽여라"는 피켓을 들고 이 전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장애인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해도 부족할 판에, 어찌 한 인간으로서 차마 담지 못할 발언을 언론을 통해 서슴없이 할 수 있단 말이냐"며 "당장 480만 장애인 앞에 무릎 꿇고 공개적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이 땅 모든 장애인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명박 후보 당신을 심판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비난도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480만 장애인을 울리고 가슴에 대못질을 한 발언"이라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의 천박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전 시장의 생각에는 인간미가 없고, 이 전 시장은 얼음장같은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중도개혁통합신당도 이날 양형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전시장의 발언으로 많은 장애인과 부모 가족 가슴에 상처 입혔다 생각한다"며 "지도자로서의 언행은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한다. 자신이 한 말의 의미와 무게조차 가늠하지 못한다면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결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은 개인의 천박함과 무지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예비후보라는 정치권력과 만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치 폭력으로 행사되고 있다"며 "만약 이런 당사자가 말 그대로 이 사회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어렵사리 만들어온 인권의 가치마저 붕괴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오후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의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표현이 있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명한 입장을 정리한다"면서 "이 전시장의 발언은 결코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의 발언이 아니었으며 다만 용어의 선택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전시장의 발언 취지는 낙태는 반대라는 전제하에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을 때 아주 엄격한 제한 하에 아주 신중하게 법과 의료적인 판단에 따라 낙태가 허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현행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