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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사'는 공공의 적?

김부삼 기자  2007.05.21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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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봉인가'!
최근 '남미 외유성 감사연수'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공기관 감사혁신포럼 소속 감사 21명이 연수 경비로 1인당 최고 1240만원을 기관 예산에서 끌어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위 현정권에 참여했거나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인사들, 친노인사들로 구성된 이들의 외유성 '펑펑쓰기'에 먹고살기 빠듯한 국민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뒤늦게 이들에 대한 외유성 세미나가 논란이 되자 기획예산처는 이들에 대해 출장경비를 자진반납토록 하고, 엄중 경고조치를 내렸고 또 향후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감사가 해외 연수·출장을 떠날 경우 관계부처에 미리 보고토록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실정.
더욱이 이들의 외유를 관리감독해야할 기획예산처는 이들이 혈세를 쓰는 동안, 기획예산처는 오히려 제 몸집불리기에 올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만은 인원 충원하고도 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1인당 800만원 혈세, 집단 남미 출장
지난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공기업 및 공공기관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 21명이 남미로 출장을 떠났다. 남미 3개국을 돌아다니며 '공공기관 감사 혁신 포럼'을 열기 위해서라고 했다. 방문지는 남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칠레의 산티아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1인당 800만원 안팎의 여행경비는 모두 소속 공기업.공공기관이 댔다.
이들 감사 21명은 이날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고 출장단은 칠레의 국민연금과 국영방송, 리우데자네이루시 항만국, 아르헨티나 수자원공사 등 네 곳을 방문하고 세계 3대 폭포 가운데 하나인 이과수폭포에서 2박3일간 '이(異)문화'를 탐방한다. 이번 출장은 '공기업.공공기관 감사포럼' 소속 80개 회원기관 중 34개 기관의 감사가 신청했고 개인 사정 등으로 13명이 취소해 단체출장에는 21명이 참여했다. 감사포럼 측은 "이번 출장이 공공기관 감사 업무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장지인 남미의 공공기관 민영화나 경영 투명성에 대해 배울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일면서 그 구체적인 출장 내용도 애매하다. 열흘 동안 남미 3개국을 돌면서 현지 공공기관을 방문해 감사 업무 현황을 브리핑 받는다고 했지만 단 한차례 잡힌 자체 혁신 세미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21일 오후 4시 43분에 도착해 심야에 열 수밖에 없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출장을 취소한 한 인사는 "일정을 보니 도무지 혁신 포럼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아 안가기로 했다"며 "공공기관 감사끼리 하는 자체 세미나를 남미까지 가서 연다면 누가 곱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처음에 "모른다"고 발뺌했다. 이번 출장을 주관한 감사포럼은 지난해 11월 기획예산처가 주선해 만든 모임으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제정한 공공기관 운영법이 올 4월 1일자로 시행되는데 맞춘 것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공공기관 감독권을 예산처로 일원화하자면 공공기관의 감사 협의체가 필요했고 현재 예산처의 관리를 받는 총 298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 가운데 80개 기관이 감사포럼 회원으로 가입했다. 주요 공기업은 모두 포함된 것이다.
결국 공기업 및 공공기관 감사를 혁신하자는 감사포럼의 첫 행사가 남미 단체출장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예산처 이용걸 공공혁신본부장은 "감사포럼을 만들 때만 관여했을 뿐 운영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감사포럼 주관으로 해외출장을 간다는 사실도 처음 듣는다"고 주장했다.
출장을 간 감사의 상당수는 정치권 출신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캠프에서 활약했거나 열린우리당에서 일한 사람들이 많다. 시민단체와 청와대 출신도 끼여 있다. 이번 출장은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 혁신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혁신에 앞장서야 할 감사들이 자체 공공기관 예산으로 묘한 해외출장을 가는 판에 제대로 경영감시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 감사들이 회사 돈으로 남미에서 포럼을 한다면 바로 징계에 부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낙하산 타더니 역시나∼"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 21명이 남미로 외유성 세미나를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들중 대다수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거나, 17대 총선 낙선인사로, 임용당시 '낙하산 시비'에 휩싸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1인당 800만원에 달하는 여행경비는 소속 공공기관이 전액 부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로 임용된 전혜숙씨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실은 당시 그에 대해 "김근태 전 복지부장관이 퇴임하면서 자기 사람 심기를 하고 갔다"며 "전 감사는 비례대표 신청까지 한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이자 감사로서의 전문성도 검증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실은 "기관장과 달리 전 감사는 정부 산하기관 일부 기관장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장관이 자기 사람 경력쌓기용으로 인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307호(5월28일자 발행)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