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식대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의 정수일 서장에게 수사 중단을 지시하는 듯한 압력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부적절한 처신 논란을 낳고 있다.
21일 경찰청과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택순 청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열린 김도식 경남지방경찰청장의 딸 결혼식에 참석, 동석한 서장들과 인사하던 중 정수일 강남서장을 보고 "신문에 한국산업기술평가원(산기평) 관련 기사가 나왔는데 왜 그런 걸 보도자료를 내서 말 나오게 하냐. 사건을 잘 마무리하라"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정 서장은 이에"일부 언론에서 5월말까지 예정된 엠바고(일정기간 보도금지)를 깨 보도된 사안이며 결코 경찰 쪽에서 자료를 낸 게 아니다"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언론에 보도돼 알려진) 산기평 직원이 산자부 공무원의 외상값 300만∼400만원을 대납한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청장은 "넌(정 서장) 윗사람과 밥먹을 때 네가 계산 안하냐"는 핀잔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장관은 경찰수사 관련 언론보도 하루 뒤인 지난 15일 이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산하 기관과의 밥값 문제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 시끄러울 수 있다. 명확하게 수사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김 장관한테 전화가 2번 왔었다는 비서실 메모를 보고 답례 전화를 했었다"고 통화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남서장이 찾아와 인사하기에 관내 치안상황을 물으니까, 산기평 관련 수사상황이 엠바고가 깨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보고하기에, 그 건은 공무원을 상대로 밥값을 대신 내준 사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잘 하라고 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